모래톱을 건너며

알프레드 테니슨

by 최용훈

모래톱을 건너며

알프레드 테니슨


해지고 저녁별 뜨면

나를 부르는 선명한 소리!

나 바다로 나아갈 때

모래톱이여 서러워 말기를,


물살 가득해 소리도 거품도 없이

잠자듯 고요한 물결이

한없이 깊은 바다에서 밀려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황혼과 저녁 종소리

그리고 그 후의 어둠!

나 바다로 출항해도

이별을 슬퍼하지 않기를,


시공의 한계를 넘어

파도가 나를 멀리 실어 보내면

모래톱을 건넌 후

나의 인도자(引導者)와 마주할 수 있기를.


Crossing the Bar

Alfred Tennyson


Sunset and evening star,

And one clear call for me!

And may there be no moaning of the bar,

When I put out to sea,


But such a tide as moving seems asleep,

Too full for sound and foam,

When that which drew from out the boundless deep

Turns again home.


Twilight and evening bell,

And after that the dark!

And may there be no sadness of farewell,

When I embark;


For tho' from out our bourne of Time and Place

The flood may bear me far,

I hope to see my Pilot face to face

When I have crost the bar.


영국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Lord Tennyson)은 죽기 3년 전인 80세에 이 시를 쓴다. 그의 마지막 시이다. 육지와 바다를 가르는 ‘모래톱’은 시적 상징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의미한다. 시인은 이제 모래톱을 넘어 저 먼바다로의 항해를 준비한다. 삶을 마감하고 영원의 세계로 나아가면서 길을 인도할 신(神)과의 조우를 소망한다.


죽음의 순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몇 차례 모래톱과의 이별을 경험한다. 세월의 파도와 바람에 이끌려 멈춰 섰던 그 자리에서 우리는 언젠가는 또다시 떠나야 한다. 아쉽고, 쓰리지만 누구라도 떠나야 할 그 길, 그 모래톱에서 새로운 항해에 나서야 한다. 서러워말자, 슬퍼말자 그리고 두려워 말자. 거친 물결을 헤치고 온 지금, 다시 떠밀려 가는 것이 인생 아니더냐. 이제 겸허히 나의 길을 인도할 그와 동행해야겠지. 얼마 남지 않은 여행의 끝머리에서 뒤돌아 떠나온 모래톱을 다시 바라보아도 끝내 눈물 흘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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