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토머스 : 애들레스트롭
에드워드 토머스(Edward Thomas, 1878~1917)는 자연과 시골, 인간에 대한 명상적인 시로 잘 알려져 있다. 종종 우울한 분위기로 가득 찬 그의 시는 개인적 고뇌와 더불어 넓게는 시간에 따른 사회적 변화 등을 반영하고 있다.
그는 시인이면서 전기 작가였고, 평론가였다. 그는 영국의 농촌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하였고, 단절, 소외, 불안 등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시는 많은 평론가들과 시인들의 찬양을 받았지만 실제로 그가 시를 쓴 것은 1914년에서 1917년까지 3년에 불과했다. 오히려 그는 평론가이자 산문작가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토머스의 시는 자연과 전통에 초점을 맞추었던 20세기 초 조지 5세 때의 문학적 흐름과 유사성이 있었지만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즉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어풍의 시어들에도 불구하고, 그의 독자적인 시적 표현과 강렬한 시각은 당대의 다른 시인들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예술적인 힘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1차 세계대전의 참전 경험은 전 세대의 시인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시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그의 시들은 더욱 주목을 받게 되는데, 오든(W. H. Auden)이나 테드 휴즈(Ted Hughes)에게서 발견되는 현대적인 감성을 빅토리아 시대와 조지안 시대의 시들에 도입함으로써 20세기 영국시의 발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토머스의 자연에 대한 묘사는 이후 세대의 시인들, 특히 자연의 세계,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 감정을 탐구하는 시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애들레스트롭
그래요. 나는 애들레스트롭을 기억해요.
그 이름을. 그 이유는 어느 더운 오후
열차가 그곳에 멈춰 섰기 때문이었죠.
흔치 않은 일이었고, 늦은 유월이었어요.
기차 연기가 품어져 나왔죠. 누군가 헛기침을 했어요.
텅 빈 플랫폼에는
누구도 떠나지 않았고, 누구도 오지 않았어요.
내가 본 것은 애들레스트롭, 그 이름과
버드나무, 분홍바늘꽃, 풀과
조팝나무와 마른 건초더미뿐이었죠.
그것들은 하늘에 높이 걸린 구름조각만큼이나
고요하고, 외롭고, 아름다웠어요.
그 순간 지빠귀 한 마리가 노래를 했어요.
바로 곁에서, 그리고 그 새 주위로
더 아득하게 멀고 먼 곳에서
옥스퍼드셔와 글로체스터셔의 모든 새들이 노래를 했지요.
나는 아주 오래전 가수 이수만이 불렀던 노래의 가사를 기억한다.
‘하늘엔 한 점의 구름이 떠가고
철둑길 건너 산을 넘던 들길엔
머언 기적 소리만 홀로 외로워도
나는 이 자리를 떠나지 않으리
누구를 기다리나, 무엇을 바라는가
누구를 기다리나, 무엇을 바라는가
모든 것 끝난 뒤...
그 노래의 가사는 한 편의 시였다. 갈 곳 몰라 서성이는 한 나그네의 눈길에 잡힌 고즈넉한 시골의 풍경. 철둑길 건너로 산을 향해 나있던 그 길, 멀리서 기차의 기적 소리가 들린다. 누구를 기다리지도, 무엇을 원하지도 않았던 나그네의 그 허황한 그림자가 아직도 내 마음에 드리워져 있다.
에드워드 토머스의 ‘애들레스트롭’이라는 시는 내게 그때의 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시골의 한 작은 정류장에 선 기차, 시의 화자는 차창 너머로 보이는 ‘애들레스트롭’이라 쓰인 마을의 이름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나무와 꽃과 풀들, 쌓인 건초더미를 훑고 지나간다. 어디선가 들리는 새소리. 그리고 그 소리는 저 먼 곳의 모든 새소리로 확장되어 울려 퍼진다. 사람도 오가지 않는 외로운 정류장에서 그는 우연히 고요하고 외롭지만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것은 작은 마음의 평화로움이었다.
* 에드워드 토머스의 대표적인 시 : ‘애들레스트롭’(Adlestrop, 1917)*, 길(The path, 1917)
* 에들레스트롭은 글로체스터셔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의 지명.
Adlestrop
Edward Thomas
Yes. I remember Adlestrop—
The name, because one afternoon
Of heat the express-train drew up there
Unwontedly. It was late June.
The steam hissed. Someone cleared his throat.
No one left and no one came
On the bare platform. What I saw
Was Adlestrop—only the name
And willows, willow-herb, and grass,
And meadowsweet, and haycocks dry,
No whit less still and lonely fair
Than the high cloudlets in the sky.
And for that minute a blackbird sang
Close by, and round him, mistier,
Farther and farther, all the birds
Of Oxfordshire and Gloucestersh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