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Sep 19.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49)

세상에 헛된 것은 없습니다.

THE ARROW AND THE SONG

              by Henry Wadsworth Longfellow (1807~1882)     


I shot an arrow into the air,

It fell to earth, I know not where;

For, so swiftly it flew, the sight

Could not follow it in its flight.     


I breathed a song into the air,

It fell to earth, I knew not where;

For who has sight so keen and strong

That it can follow the flight of song?     


Long, long afterward, in an oak,

I found the arrow, still unbroke;

And the song, from beginning to end,

I found again in the heart of a friend.     


내가 화살 하나를 공중에 쏘았을 때

화살은 땅에 떨어져 간 곳이 없었다.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의 자취

그 누가 뒤따를 수 있을까.     


내가 공중을 향해 노래를 불렀을 때

노래는 땅에 떨어져 간 곳이 없었다.

그 누가 날카롭고 강한 눈이 있어

날아가는 그 노래를 따를 것인가.     


세월이 흐른 뒤에야 나는

참나무에 고스란히 꽂혀 있는 그 화살을 찾았고

그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친구의 가슴속에 간직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롱펠로우의 ‘화살과 노래’ 중에서)     


  세상에 헛된 것은 없을지 모릅니다. 돌이켜 아쉬웠던 그 시간들도 어쩌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무언가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 이제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스쳐간 많은 사람들도 내 마음 어딘가에 추억처럼 간직되어 있을 겁니다. 꿈처럼 희미한 그 장소들, 소리와 냄새, 그리고 어쩌면 꿈속에서 본 것일지도 모르는 막연한 기억들이 지금 내가 택한 삶의 여행에 길잡이가 되어줄 수도 있겠죠. 우리가 거쳐 온 많은 땅들은 결코 생소한 것이 아닙니다. 그 땅에게는 우리가 생소한 사람들이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뒤돌아보는 많은 시간들이 아깝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는 말, 몸짓 하나하나가, 우리가 밟는 이 지구의 한 조각, 한 조각이 나의 일부임을 느낍니다. 세상에 헛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지나간 것이든 앞으로 올 것이든 그것이 나의 역사일 뿐이니까요. 내 노래를 기억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홀로 흥얼거리던 그 노랫소리마저 소중할 뿐입니다.  


  우리가 잃어버릴 것은 없습니다. 어차피 가져온 것이 없으니까. 그리고 가져갈 것도 없으니까요. 우리 손에 들고 있는 모든 것들이 우리 것은 아니죠. 그래서 잃어버릴 수도 없습니다. 있지도 않은 것을 잃어버릴 도리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오래 동안 책꽂이에 방치했던 책, 갈피에서 오래전 썼던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면, 잃어버린 줄 알았던 옛 시절을 다시 찾게 될 겁니다. 어디선가 그 해 겨울 추웠던 눈 길 위에서 함께 들었던 노랫소리가 들리면 또다시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새로운 미래를 꿈꾸겠죠. 잃어버릴 것 없는 우리의 삶에서 오래전에 날려 보낸 화살이 나무에 꽂혀있는 것을 찾아낸다면 그건 선물일 겁니다. 이제 아쉬워하지도 그리워하지도 않을 겁니다. 언젠가는 다시 찾을 날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