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영국 소설

디스토피아, 포스트모던, 식민주의, 다문화

by 최용훈

1950~60년대 소설


1940년대 후반에서 1950년대 대표적 영국의 소설가들로는 현대 세계의 정신적 방황을 그렸던 소설가 그레이엄 그린(Graham Greene),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그려낸 ‘1984’(Nineteen Eighty Four, 1949)의 작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 코믹한 풍자소설로 명성을 얻은 ‘행운아 짐’(Lucky Jim, 1954)의 작가 킹슬리 에이머스(Kingsley Amis)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1984년 노벨상을 수상한 윌리엄 골딩(William Golding)의 ‘파리 대왕’(Lord of Flies)도 1954년에 출간되었는데, 무인도에 고립된 소년들의 좌절과 몰락을 통해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적 제도와 문화의 취약성, 인간의 본성에 숨어 있는 사악함을 우화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성적인 관계, 도덕성, 무의식의 힘 등을 그리고 있는 아이리스 머독(Iris Murdoch)의 ‘그물 아래’ (Under the Net)도 1954년에 출간된 소설이었다.


다음은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인용구들이다.


(1) “과거를 통제하는 사람이 미래를 통제하지. 현재를 통제하는 사람은 과거를 통제하는 것이야.”

“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

(2) “만일 비밀을 지키고 싶으면, 그걸 너 자신에게도 숨겨야 해.”

“If you want to keep a secret, you must also hide it from yourself.”

(3) “생각이 언어를 부패하게 한다면, 언어도 또한 생각을 부패하게 할 수 있어.”

“But if thought corrupts language, language can also corrupt thought.”

(4) “더블싱크는 마음속에 두 가지 모순되는 믿음을 동시에 담고, 그 둘 모두를 받아들이는 힘을 의미해. “

“Doublethink means the power of holding two contradictory beliefs in one's mind simultaneously, and accepting both of them.”

(5) “의식을 갖게 될 때까지 그들은 결코 반란을 일으키지 못할 거야. 그런데 반란을 일으킬 때까지는 결코 의식을 갖지 못할 거야. “

“Until they become conscious they will never rebel, and until after they have rebelled they cannot become conscious.”

(6) “힘은 인간의 마음을 산산이 부셔놓고 그걸 당신이 선택한 형태로 다시 합쳐놓는 데 있어.”

“Power is in tearing human minds to pieces and putting them together again in new shapes of your own choosing.”

(7) “자유는 2 더하기 2가 4가 된다고 말하는 자유야. 그것이 인정된다면, 나머지 모든 것은 따라오는 거지.”

“Freedom is the freedom to say that two plus two make four. If that is granted, all else follows.”

(8) “고백은 배신이 아니야. 당신이 말하는 것,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오직 느낌이 문제지. 만일 그들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배신일 거야.”

“Confession is not betrayal. What you say or do doesn't matter; only feelings matter. If they could make me stop loving you-that would be the real betrayal.”


1970년대 소설


1970년대부터는 영국의 소설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크게 받아들인 시기였고 1969년에는 존 파울스(John Fowles)가 ‘프랑스 중위의 여자’(The French Lieutenant's Woman)를 출간했다. 이 작품은 포스트모던 로맨스를 다루고 있는데, 작품 속 화자가 자유로이 자신의 이야기가 허구임을 밝히고 특히 대안적 결말 제시함으로써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경계에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이후 노벨상을 수상한 부조리 극작가 해롤드 핀터(Harold Pinter)의 각색으로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1972년에는 페미니즘 경향을 보이는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안젤라 카터(Angela Carter)의 “호프만 박사의 악마적 욕망 기계‘(The Infernal Desire Machine of Dr. Hoffman)가 출판되었다. 이 외에도 아이리스 머독의 ’ 검은 왕자‘(The Black Prince, 1973), 데이비드 롯지(David Lodge)의 ’ 장소 바꾸기: 두 캠퍼스 이야기‘(Changing Places: A Tale of Two Campuses, 1975), 삶과 텍스트의 경계선이라는 포스트모던적인 주제를 다룬 줄리안 반즈(Julian Barnes)의 ’ 플로베르의 앵무새‘(Flaubert's Parrot, 1984) 등이 이 시기에 발표된 대표적인 소설들이었다.

1980년대 소설


1980년대에는 젠더의 문제를 다룬 안젤라 카터의 ‘서커스의 밤’(Nights at the Circus, 1984), 동성애 문제를 다룬 지넷 윈터슨(Jeanette Winterson)의 ‘오렌지만이 과일이 아니다’(Oranges are not the only Fruit, 1985), 역사의 종언을 반추한 그레이엄 스위프트(Graham Swift)의 ‘워터랜드’(Waterland, 1983) 등이 발표되었다. 특히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는 불합리한 정치상황에 대한 비판자로서 늘 문학적 논쟁에 휩싸인 작가였다. 1981년 ‘한밤의 아이들’(Midnight's Children)을 발표해 문단의 주목을 받은 그는 그 해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부커상(Booker)'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1983년에는 파키스탄의 정치 상황을 다룬 ’ 부끄러움‘(Shame)을 출간하였고, 1988년에는 종교적 신념과 광신의 문제를 다룬 ’ 악마의 시'(The Satanic Verse)를 발표하였는데 그 직후 이슬람 세계로부터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격렬한 비난에 봉착하게 되고 1989년에는 이란 정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영국 정부의 보호 아래 숨어 지내던 루시디는 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였던 호메이니가 사망한 이후 겨우 사면을 받을 수 있었으나 지금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표적이 되어있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소설 ‘부끄러움’(Shame, 1983)에서 이렇게 말한다.


“부끄러움 다른 모든 것과 같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야 하고, 결국 그것은 가구의 일부가 되는 것이니까.”

Shame is like everything else; live with it for long enough and it becomes part of the furniture.

가구와 같이 오랜 시간 수치와 공포 속에 살아가면서도 루시디는 끊임없이 작품을 발표하였다. 신화적 상상력이 가득한 ‘하룬과 이야기 바다’(Haroun and the sea of stories, 1990), 향신료 무역업을 하는 인도의 한 집안 이야기 ‘무어의 마지막 한숨’ (The Moor's Last Sigh, 1995)으로 그는 다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신화와 록앤롤의 현실적인 세계를 융합한 ‘그녀가 딛고 있는 땅’ (The Ground Beneath Her Feet, 1999), ‘분노’(Fury,2001), ‘피렌체의 여마법사’(The Enchantress of Florence, 2008) 등을 계속하여 발표해온 루시디의 등장은 영국의 문단에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제3 세계의 문제와 탈식민주의 이론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였다.

제3세계 출신의 작가들이 문단에 강한 영향을 끼치며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루시디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짐바브웨 출신의 여류 작가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은 그녀의 첫 소설 ‘풀들이 노래한다’(The Grass is Singing)를 1950년에 출간한 이래 초기에는 아프리카의 경험을 작품 속에 표현하였으나 다섯 편에 이르는 과학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국의 문단을 풍요롭게 하였고, 2007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카리브해 출신의 진 리스(Jean Rhys)가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Jane Eyre) 속에 등장하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끌어내어 식민지에서 태어난 유럽인의 이중적 정체성을 다룬 ‘광활한 사가소의 바다’(Wide Sargasso Sea)를 출간한 것은 1966년의 일이었다. 레싱에 앞서 2001년 노벨상을 수상한 카리브해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의 V. S. 나이폴(V. S. Naipaul)의 ‘비즈와스 씨를 위한 집’ (A House for Mr Biswas, 1961) 등이 영국의 문학을 새로운 시각에서 발전시켰던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소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990년대에는 EU 가입 후 다양한 인종의 유입에 따른 다문화 사회와 인종적 정체성의 문제가 문학의 주요한 주제를 형성하였다.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다룬 마틴 에이머스(Martin Amis)의 ‘시간의 화살’(Time's Arrow, 1991) 이언 맥큐언(Ian McEwan)의 블랙코미디 ‘암스테르담’(Amsterdam, 1998), 영국 내 유색인종의 정체성을 다루고 있는 하니프 쿠레이시 (Hanif Kureshi)의 ‘도시 교외의 부처’(The Budha of Suburbia, 1990), 다문화적 관점을 드러내는 제디 스미스(Zadie Smith)의 ‘하얀 이빨’(White Teeth, 2000) 등이 20세기 마지막 십 년의 영국 소설을 주도했다.


20세기 후반의 영국 소설에 있어 눈에 띄는 현상 중의 하나는 장르소설의 약진이다. 아가다 크리스티(Agatha Christie)는 20세기 초부터 80여 편의 추리소설을 썼는데 그녀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요청을 받아서 썼던 희곡 ‘쥐덫’(Mousetrap)이 초연된 것은 1962년이었고, 이안 플레밍(Iann Flemming)의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52년이었다. 한편 판타지 소설의 원조가 된 C. S. 루이스(C. S. Lewis)의 ‘나니아 연대기’(The Chronicles of Narnia, 1950~1956), J. R. R. 톨킨(J. R. R. Tolkien)의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1954~1955)은 20세기 후반 J. K. 롤링(J. K. Rowling)의 ‘해리 포터 시리즈’(Harry Porter series, 1997~2016)로 이어져 오늘날 영국의 문화산업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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