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영국 시
영국 시의 부흥, 화성 시
20세기 후반 영국의 시단에는 엘리엇, 딜런 토마스, 오든 등 모더니즘의 대표 시인들이 여전히 왕성히 활동을 하고 있었다. 특히 30년대에 등단하여 6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여러 권의 시집을 내놓은 오든은 엘리엇과 예이츠의 뒤를 잇는 영국 현대 시의 삼대 거장 중의 한 사람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50년대와 60년대에 ‘휘선 웨딩즈’(The Whitsun Weddings, 1964)를 쓴 필립 라킨(Philip Larkin), '빗 속의 매‘(The Hawk in the Rain, 1957)의 시인 테드 휴즈(Ted Hughes), '어떤 자연주의자의 죽음’(Death of a Naturalist, 1966)을 발표한 아일랜드 출신의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 등 젊은 시인들이 새로이 등장하고 있었다. 아일랜드는 오랜 영국의 식민지였으나 1921년 독립을 쟁취하고 1949년 아일랜드 공화국을 수립하였다. 하지만 북아일랜드 지역은 아직도 영국의 영토로 남아있다. 아일랜드는 특히 재능 있는 작가들---예이츠, 제임스 조이스, 사무엘 베케트 등 영국 문단의 대표적인 문인들을 많이 배출하였다. 특히 북아일랜드 출신의 시인으로는 데릭 만(Derek Mahon), 폴 멀둔(Muldoon) 등이 있다. 60~70년대에 등장한 시인들 가운데 세상에 대한 회의주의로 가득 찬 라킨의 시 한 편을 소개한다. 1971년에 쓴 이 시를 통해 라킨은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어리석음과 사악함이 세월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 고통과 불행을 냉소적으로 토로한다.
이것은 시
그들이 널 망친 거야, 네 엄마와 아빠.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그렇게 된 거지.
널 자신들의 잘못으로 가득 채워놓고
널 위해 몇 가지를 더 덧붙이지.
그런데 그들도 그렇게 망가진 거야.
구식 모자를 쓰고 코트를 입은,
시간의 절반은 감상적이면서도 근엄하게 굴고
나머지 시간엔 서로에게 으르렁대는 바보들 때문에.
인간은 인간에게 불운을 물려주지.
그건 해안가 지층처럼 깊어지는 거야.
되도록 빨리 벗어나,
아이는 낳지 말고.
This Be The Verse
By Philip Larkin
They fuck you up, your mum and dad.
They may not mean to, but they do.
They fill you with the faults they had
And add some extra, just for you.
But they were fucked up in their turn
By fools in old-style hats and coats,
Who half the time were soppy-stern
And half at one another’s throats.
Man hands on misery to man.
It deepens like a coastal shelf.
Get out as early as you can,
And don’t have any kids yourself.
1950년대와 60년대에는 영국 시의 부흥운동이 일어난 시기이기도 했다. 다양한 그룹들이 각기의 방식으로 영국 시의 지평을 확대해 나가고 있었다. J. H. 프린(J. H. Prynne), 시와 록음악을 결합하고 기존의 사회 질서와 핵전쟁의 위협에 대한 저항의 시를 썼던 아드리안 헨리(Adrian Henri) 등이 있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는 ‘화성 시' (Martian poetry)라는 시의 양식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는 일상의 사물이나 사건, 행동들을 마치 화성에서 온 외계인처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 표현하고 묘사하는 시를 의미한다. 즉 삶의 ’익숙한 것‘(the familiar)을 ’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의 방식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시에서 뿐 아니라 소설에서도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시인으로는 크레이그 레인(Craig Raine)과 크리스토퍼 레이드(Christopher Reid) 등이 있으며 소설가로는 마틴 에이머스(Martin Amis)가 이 계열의 작가로 꼽힌다. 이 외에도 20세기 종반의 대표적인 시인으로는 제프리 힐(Geofrrey Hill), 국내에서 보다는 미국과 유럽에서 더 알려진 찰스 톰린슨(Charles Tomlinson)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