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스스로를 사랑하세요!

“Love Myself” & ARMY

by 최용훈
BTS, 미국 TV 방송에서 비틀스처럼...

영국인들은 네 가지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유럽 최초로 의회 민주주의의 전통을 세우고, 1차 산업혁명의 진원지였다는 사실 외에도 그들은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를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여기며 찬양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1960년 대 대중문화를 선도했던 리버풀 출신 록밴드 비틀스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들 비틀스 멤버들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한다. 그래서 멤버들의 이름 앞에는 ‘~경’이라고 불리는 ‘Sir’가 붙는다. 그들은 미국에 진출하여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이른바 ‘영국의 침략’(British Invasion)이라는 문화 현상을 이끌어낸다.


최근 한국의 대중음악이 K-Pop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한류’(Korean Wave)가 비틀스가 일으킨 현상, ‘영국의 침략’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의 일곱 젊은이들은 세계를 열광시키며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서 두 차례나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주한미군방송(AFKN)의 ‘American Top 40’라는 음악 방송을 통해 미국의 팝에 매료됐던 세대들은 진정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21세기 대중문화의 정점에서 선 BTS는 그들과 경험을 공유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미 꿈이고 젊음의 환희이고 숭배와 찬양의 대상이지만, 격동의 세월을 겪어냈던 BTS 이전의 세대들에게는 우리의 문화와 젊은 세대가 지닌 무한한 잠재력에 대한 긍지이며, 고단했던 삶에 대한 벅찬 보상이다. 그렇게 그들은 세대를 초월한 우리의 영웅이 되었다.


1997년 6월, 영국의 가난한 싱글 맘 조안 롤링은 작은 카페의 한 구석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완성한다. 2007년 일곱 번째 소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까지 모두 일곱 권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출간하여 그녀는 세계적인 명성과 거대한 부를 얻는다. 이후 2016년에는 해리 포터와 그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가 연극용 대본으로 발표된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출간 후 200여 국가에서 79개 언어로 번역돼 4억 50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저자인 롤링은 1조 3,000억 원에 이르는 인세 수입을 올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해리포터'가 창출한 경제효과는 300조 원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책뿐 아니라 영화, DVD, 게임, 캐릭터 상품 등으로 벌어들인 전체 수익금을 합한 금액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이른바 콘텐츠 산업이라는 개념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흔히 콘텐츠 산업은 OSMU(One Source Multi Use)로 불린다. 하나의 작품이 여러 장르와 분야로 활용되는 산업을 가리킨다. 해리 포터의 경제적 수익이 같은 기간 한국의 반도체 업계가 올린 수익을 상회했다는 보도는 정신적 소비가 물질적 소비를 이미 앞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의미에서 BTS는 21세기 한국의 성장 엔진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가를 보여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BTS의 소속사 ‘빅 히트’(Big Hit)의 방시혁 대표는 상장과 더불어 3조가 넘는 주식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한국 재계 주식재산 보유 순위 8위에 올랐다고 한다. BTS의 빌보드 1위에 따른 국내 경제적 효과는 1조 7,000억에 이르고, 8,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최근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한 경제 연구소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데뷔 이래 현재까지 이룬 연평균 생산유발효과는 약 4.1조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약 1.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각 중견기업 평균 매출액의 26배, 8.6배(현대 경제연구원, 한국 중견기업연합회 기준)에 달하는 수치라고 한다. 문화 예술의 효과를 경제적으로만 따질 수 없는 것이지만 이는 우리의 대중예술계가 보여주는 열정, 세계 음악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준비, 그리고 BTS 멤버들의 놀라운 재능이 합쳐진 결과일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BTS 현상을 어떻게 지속적인 것으로 만들 것인가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분석 보도에 따르면 ‘빅 히트’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트 디즈니가 미키 마우스 캐릭터를 이용해 거대한 지적 자산을 창출한 것처럼 ‘BTS 유니버스’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환상의 세계를 만들고 팬들을 끊임없이 확장되는 새로운 콘텐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한계에 부딪힌 오프라인 콘서트를 대체해 이미 위버스(WeVerse)와 같은 자체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유료 온라인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하였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BTS의 세계는 끝없이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BTS의 일곱 영웅들은 팬들의 마음속에서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상업적 고려를 넘어서 그들을 ‘영원한 현재시제’로 만드는 더 높은 차원의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무엇이 오늘의 BTS를 가능케 했을까? 많은 보이 밴드들이 있었지만 BTS만큼 큰 영향력을 갖는 그룹은 없었다. 영국의 BBC 방송은 BTS의 성공 요인으로 네 가지를 들고 있다. (1) 누구나 듣고 싶어 하는, 다양한 주제의 음악, (2) 매끄러운 춤과 인상적인 뮤직 비디오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 (3) 인터넷을 통한 전 세계 팬들과의 소통 (4) BTS 아미(ARMY)라 불리는 열광적인 지지자들.


BTS는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트위터에 1,940만 명, 인스타그램에 2,37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BTS는 ‘아미’ 그룹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들은 빌보드 온라인 투표에서 3억 표를 몰아주었던 주인공들이다. 2017년 가을에는 이들에 의해 BTS의 ‘DNA’ 비디오가 유튜브에서 한 달 만에 5,000만 뷰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또한 BTS가 전개하는 'Love Yourself' 캠페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청춘의 사랑스러운 대표자’(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라는 뜻의 ‘아미’는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와 메시지를 끊임없이 창출하면서 BTS 일곱 청년에 대한 사랑을 서로 나누고 있다.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는 BTS

BTS(방탄소년단)는 젊은 세대가 겪는 총알과도 같은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고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2017년에는 BTS의 공식 로고를 교체하면서 'Beyond The Scene'의 의미를 추가했다. 이는 매 순간마다 청춘의 장면들을 뛰어넘는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BTS는 이미 젊은 보이 그룹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그들은 2018년 9월 한국의 대중음악인들 가운데 최초로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는 기회를 가졌다. BTS의 멤버 김남준(RM) 군은 UNICEF와 함께 하는 ‘Love Myself’ 캠페인을 설명하며 “진정한 사랑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세계의 젊은이들을 향해 외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에게 외칩니다. 여러분, 자신을 이야기하세요.” 금년 9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유엔 총회에 다시 초청된 BTS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받고 있는 세계를 향해 다시 한번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환란의 시대를 연대를 통해 극복하자는 희망의 외침이었다. '삶은 계속 됩니다. 함께 살아갑시다' (Life goes on. Let's live on.) BTS가 오늘날 지구인들이 겪고 있는 시련에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BTS가 한국 전쟁을 이야기하며 미국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하여 중국의 네티즌들에게서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오늘날 벌어지는 미중 간의 갈등에 기인한 측면도 있겠으나 그만큼 BTS가 지닌 세계적인 영향력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총탄을 막아내는 강인함 속에 우리의 BTS는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을 믿는다. 그리하여 그들이 노래 속에서 외치고 있는 자아에 대한 사랑과 정체성을 지켜 내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그들이 인터뷰에서 밝힌 또 하나의 의지가 BTS에 대한 모든 이들의 무한한 사랑을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는 일등을 위해 우리의 정체성과 진정성을 변화시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만일 우리가 갑자기 영어로만 된 노래를 부른다면,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면, 그것은 BTS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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