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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Oct 19.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58)

"잃어버리는 법을 배우세요."

From One Art  

By Elizabeth Bishop, (1911~1979)    


The art of losing isn’t hard to master;

so many things seem filled with the intent

to be lost that their loss is no disaster.    


Lose something every day.  Accept the fluster

of lost door keys, the hour badly spent.

The art of losing isn’t hard to master.    


Then practice losing farther, losing faster:

places, and names, and where it was you meant

to travel. None of these will bring disaster.    


한 가지 기술    


잃어버리는 기술은 어렵지 않게 숙달된다.

많은 것들은 어차피 잃을 것이니

잃는다 한들 무슨 큰일일까.     


매일 잃어버려라. 열쇠를 잃거나

시간을 허비해도 그 당혹감을 받아들이라.

잃어버리는 기술은 숙달하기 어렵지 않다.     


그리고 더 많이, 더 빨리 잃는 법을 연습하라.

장소든, 이름이든, 여행하려 했던 곳이든.

그런 건 아무리 잃어도 큰일이 아니다.     

(미국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 ‘한 가지 기술’ 중에서)    


“우리가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우린 잃을 것이 없음을 알게 된다.” 대장암으로 50대에 세상을 뜬 스티브 잡스의 말입니다. 어차피 빈손으로, 벌거벗은 채 태어난 우리들이죠. 같은 모습으로 세상을 떠날 때, 살면서 얻은 그 모든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런데도 우리는 손에 무언가 움켜쥐려 하고, 다른 사람들을 헐뜯고, 조금의 안락과 자랑거리를 위해 많지 않은 시간을 허비하고 사는 겁니다. 시인은 잃어버리는 기술을 배우라 합니다. ‘포기하는 사람이 행복한 것’처럼, 그저 모두 놓아버리라 합니다. 그래서 느끼는 당황스러움 쯤은 기꺼이 받아들이라 합니다. 지난 세월을 뒤돌아봅니다. 길고도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그런데 지금 내게는 무엇이 남았을까요. 그건 나 자신 뿐입니다. 지금까지도 살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삶의 안전함을 위해 매 순간 무엇을 해야 하나 애태우는 작고, 초라한 나뿐입니다. 진작 모든 걸 잃어버리고 자유로웠어야 했어요. 이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님을 알아야 했습니다. 그래야 사소하고 흔한 주변의 모든 것이 더 아름답고, 가깝게 느껴졌을 텐데요. 푸른 가을 하늘에 구름이 떠가네요. 저 구름은 한데 모여 언젠가 비가 되어 내리겠지요. 그렇게 잃어버려 새로움을 얻게 됩니다. 이제라도 마음을 비워야겠습니다. 이 모든 일이 허무한 노력이라도 잃어버릴 수 있으면 무슨 큰일이겠습니까. 편안한 얼굴, 편안한 마음, 편안한 세상을 살다, 나 자신마저 잃어버리면 모든 것이 내리는 비처럼 평화롭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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