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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Oct 22.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59)

루이스 글릭 : 가짜 오렌지 나무

Mock Orange  

By Louise Glück      


It is not the moon, I tell you.

It is these flowers

lighting the yard.    


I hate them.

I hate them as I hate sex,

the man’s mouth

sealing my mouth, the man’s

paralyzing body—    


and the cry that always escapes,

the low, humiliating

premise of union—    


In my mind tonight

I hear the question and pursuing answer

fused in one sound

that mounts and mounts and then

is split into the old selves,

the tired antagonisms. Do you see?

We were made fools of.

And the scent of mock orange

drifts through the window.    


How can I rest?

How can I be content

when there is still

that odor in the world?    


당신께 말이지만

마당을 밝히는 것은

달이 아니라 이 꽃들이에요.     


나는 그것들을 싫어해요.

섹스를 싫어하듯 그것들을 싫어하죠.

내 입을 막는

그 남자의 입,

마비되어 가는 그 남자의 몸-


그리고 세어 나오는 소리, 

저열하고, 수치스러운

합일의 전제.      

오늘 밤 내 마음에 질문과 뒤따르는 대답이

하나의 소리로 합쳐져

오르고 올라

옛 자아로, 피곤한 적대감으로 나뉘는

소리를 듣죠. 보고 있나요?

우리는 웃음거리였어요.

그리고 가짜 오렌지의 향이

창가를 떠도네요.     


어떻게 쉴 수 있을까요?

세상에 아직도 그 향기가 남았는데

어떻게 만족할 수 있을까요?  

(루이스 글릭, ‘가짜 오렌지 나무’)    


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루이스 글릭의 시입니다. 그녀의 시는 일상의 언어로 쉽게 써진 것이지만 늘 어떤 모호한 분위기와 다중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시의 제목으로 붙인 ‘가짜 오렌지 나무’는 ‘고광나무’라는 관목입니다. 꽃을 피우고 오렌지와 비슷하게 생긴 열매를 맺지만 먹을 수는 없답니다. 그리고 다소 역겨운 화학적 향을 풍긴다고 하죠. 시인은 마당을 밝히는 것이 그 꽃들이라 합니다. 그리고 달빛의 낭만 대신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그 꽃을 섹스에 비유합니다. 역겹고, 거친 남자의 숨소리와 육체가 혐오감으로 남습니다. 그것은 아무런 열매도 남기지 못하는 가짜 오렌지 나무와도 같은 거죠. 그저 웃음거리밖에 안 되는 무의미한 행위 끝에는  적대감만 남습니다. 휴식도 없고 만족도 없는 것입니다.    


성적인 함의가 가득 하지만 이 시는 새로운 해석을 남깁니다. 우리의 행위 가운데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애썼던 많은 것들이 너무도 허무하게 끝이 날 때 우리는 그 가짜 오렌지들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하지만 우리가 삶에 무엇을 남길 수 있겠습니까. 위대한 인물들의 이름 석 자가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 이 땅을 떠나는 날, 우리의 흔적은 함께 사라집니다. 혹시 무언가를 남긴다 하더라도 그것이 누구에게 의미가 있을까요. 결국 우리의 삶은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고광나무’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언가를 추구합니다.대답을 찾으려 합니다.  그것은 아직도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일지 모릅니다. 터키 작가 메흐멧 일단(Mehmet ildan)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좋은 흔적을 남기면, 그 흔적은 당신이 멈추더라도 계속 걸어갑니다.” 내가 남긴 흔적이 누군가의 길이 되고 그렇게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우리는 가짜 오렌지 나무를 키우는 것이겠죠. 휴식도 만족도 없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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