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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03.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68)

제발 입 닥치고 있으세요.


No matter how thin you slice it, there will always be two sides. (Baruch Spinoza)

아무리 얇게 잘라도 언제나 양면이 있기 마련이다. (스피노자)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철학자 스피노자의 말입니다.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갖기 마련입니다. 세상 이치도 그렇지요. 한 면만 바라보고 선택하거나 행동한다면 실수하기 십상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옳을 수도 그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도 그렇지요. 그래서 가끔 내게 보이지 않는 면도 보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너무 시끄럽습니다. TV를 켜면 온통 싸우는 얘기뿐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싸우고, 집단과 집단이 싸우고, 생각과 생각이 다투고 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갈등과 대립은 있기 마련이죠. 그런데 모두 제 생각과 행동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 쪽 면만 바라보고 있는 거죠. 자기만 잘났고 남은 아예 무시하는 태도, 어디 두고 보라는 듯이 오만한 표정,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는 거친 말... 왜 그러는 걸까요? 힘없는 백성들이 보기에는 그저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해 다투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An eye for an eye will only make the whole world blind.” (Mahatma Gandhi)

‘눈에는 눈으로’라는 태도는 세상 전부를 눈멀게 한다. (간디)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는 양보와 타협이 없는 그런 싸움은 결국 모두의 파멸로 끝난다고 경고합니다. 상대가 한 마디 하면, 다른 쪽에서는 그에 반대되는 말로 대항합니다. 욕에는 욕으로, 비방에는 비방으로, 거짓에는 거짓으로... 그렇게 싸우다 보면 결국 모두 상처를 입고 말지요. 더구나 힘 있는 사람들이 자기들 편을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면 힘없는 사람들만 다치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의 사회이고, 우리의 모습입니다.     


지금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필사적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벌써 여덟 달 이상을 문 밖에도 맘 편히 나가지 못하고, 저녁 무렵 가게들은 불만 훤하게 켜놓은 채 주인들의 한숨으로 가득합니다.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지치는 것인지,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백성들이 지천인데 정치하는 사람들, 지체 높은 양반들은 선거 얘기나 하고, 상대의 말에는 귀를 닫고 제 혼자서 고함만 질러댑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선거에서 표를 찍고, 빈 주머니 털어 세금 내는 사람들을 뭐로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가슴 아픈 사연은 넘쳐나는데 위로의 한 마디 없이, 한 번의 손길조차 감추고 지금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고대 중국의 사상가 순자(荀子)는 싸움에 이기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언제 싸울 것인가.' 둘째, '언제 싸우지 않을 것인가'. 셋째, '언제 많은 병사를 부리고', 넷째, '언제 적은 병사를 부릴 것인가'를 알고, 다섯째, 위와 아래가 같은 바람을 지니고 있을 때 승리한다.     


지금이 그런 썩어빠진 마음으로 싸울 때입니까? 그렇게 온 백성을 내세워 분열을 조장할 때입니까? 높은 사람들은 아랫사람의 바람을 알고나 계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지금 흙탕물 싸움을 하는 당신들은 필패이겠죠. 그건 상관없는데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는 어쩌라는 겁니까.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야 합니다. 모두가 같은 음을 부르면 화음은 없죠. 화음은 다른 음들을 내어서 만드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남의 소리에 귀 닫은 채 제멋대로 내는 소리는 견디기 어려운 소음일 뿐입니다. 제발 정신들 차리기를 바랍니다. 이 척박하고 힘든 세상에 당신들이라도 좀 조용히 해주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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