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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01.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67)

나 자신을 사랑하세요.

Love after Love 

     by Derek Walcott (1930~2017)     


The time will come 

when, with elation 

you will greet yourself arriving 

at your own door, in your own mirror 

and each will smile at the other's welcome,     


and say, sit here. Eat. 

You will love again the stranger who was your self. 

Give wine. Give bread. Give back your heart 

to itself, to the stranger who has loved you     


all your life, whom you ignored 

for another, who knows you by heart. 

Take down the love letters from the bookshelf,     


the photographs, the desperate notes, 

peel your own image from the mirror. 

Sit. Feast on your life.     


그 순간이 올 겁니다.

그대의 문 앞에서, 그대의 거울 속에서

그대 자신과 마주쳐

즐거이 인사하고

반가워 서로 미소 짓는,     


이리 와 앉아서 먹으라고 말하는 그 순간. 

그대는 그대 자신이었던 그 낯선 손님을 다시 사랑하게 될 겁니다. 

포도주를 주세요. 빵을 주세요. 그대의 마음을 다시 돌려주세요. 

그 낯선 이에게.    


그는 그대가 다른 이를 위해 외면했던 그대의 삶을 

온 평생 사랑했고, 그대를 속속들이 알고 있지요. 

선반에서 사랑의 편지를,     


사진들을, 그리고 그 절절한 기록들을 내려놓으세요. 

거울에 비친 그대의 모습을 벗겨내고

앉아서 그대의 삶을 즐기세요.  

(데릭 월컷 ‘사랑 뒤의 사랑’)  


우리는 누구를 위해 살고 있을까요? 가족을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기 자신을 위해서?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제 어머니는 저를 위해서 사셨던 것 같습니다. 그 가냘픈 분이 자신을 위해 살았던 순간은 한 번도 없었죠. 몸이 병들고, 외로움에 한숨짓던 순간에도 그분은 저만 바라보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생전 그분을 위해 뭐하나 해드린 것이 없습니다. 고맙다는 말씀을 드려본 적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분을 위해 눈물을 흘렸던 적도, 절실하게 그리워했던 기억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그 아픈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희생해서라도 사랑하는 사람, 가족, 자식을 위한 삶을 살죠. 아버지들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그 차갑고, 두려운 생존과 경쟁의 일터에서 이를 악물고 버텨냅니다. 어머니들은 그런 남편을 위해서, 그와 함께 일군 가정을 위해서 하루 종일 노심초사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전부였던 그들이 곁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움과 슬픔의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그 옛날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부모님들을 생각합니다. 후회와 회한 속에서 이제 늙어 힘없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결국 자신과 만나게 됩니다. 그 순간 우리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서 낯선 이방인을 보게 됩니다. 나약하고, 삶에 지치고, 누구와도 함께하지 못하는 초라한 나그네로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싫지 않습니다. 오랜동안 버텨준 그가 너무도 고맙습니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으로 그를 향해 웃음 짓습니다. 참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이제 그와 함께 먹고, 마시고 함께 잠들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합니다. 낯설어 어색한 그지만 이제 기꺼이 그를 사랑해야겠습니다. 한 때 미워하고, 조롱하고, 무시했던 그를 일으켜 세워 같이 걸어갈 겁니다. 당신은 자신을 위해 살고 있나요? 그렇다면 행복한 사람이겠죠. 하지만 우린 매 순간 우리 자신을 잊고 삽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누굴 위해서 살고 있는지를. 삶이 너무 무겁지요? 괜찮습니다. 이제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이해하는 그가 당신께 찾아올 테니까요. 그와 함께 힘을 내서 또 다른 삶을 살면 되니까요.                


이 시를 쓴 데릭 월컷은 카리브해의 섬나라인 세인트루시아에서 태어났습니다. 지금은 독립국가가 되었지만 그가 태어날 당시에는 영국의 식민지였습니다. 고대 그리스 호머의 ‘오디세이’를 카리브 지역의 역사 속에서 재창조한 서사시 ‘오메로스’로 199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극작가였습니다. 그의 시는 연과 연의 연결이나 구두점의 사용이 자유로워 우리말로 해석하는 데 있어 어색함이 있습니다만 이 글에서는 가급적 원문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내용을 중심으로 번역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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