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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15. 2020

허난설헌, 스물일곱의 삶과 시

자식을 앞세운 애끓는 모성 그리고 죽음  

허난설헌과 그녀의 그림 '난초'

곡자(哭子)

              허난설헌    


去年喪愛女,   지난해엔 귀여운 딸애 여의고,

今年喪愛子.   올해에는 사랑스러운 아들 잃었네.

哀哀廣陵土,   슬프고도 서러워라 광릉 땅이여,

雙墳相對起.   두 무덤 마주 보고 앞에 서 있네.

蕭蕭白楊風,   백양나무 가지에는 바람만이 쓸쓸하고,

鬼火明松楸.   무덤 가에 도깨비불 어리 비치네.

紙錢招汝魂,   지전 살라 너희들 넋을 부르며,

玄酒存汝丘.   무덤 앞에 냉수 올려  제사 지내네.

應知弟兄魂,   너희 오누이  넋이야 응당 알지니,

夜夜相追遊.   밤마다 서로서로 어울려 놀겠지.

縱有服中孩,   아무리 아해를 가졌다한들,

安可冀長成.   어찌 가이 잘 자라길 바라겠는가.

浪吟黃臺詞,   부질없이 황대사 읊조리면서,

血泣悲呑聲.   애끊는 피눈물에 목이 멘다.     


Crying Mother

              by Huh, Nanseolheon     


Last year I lost my darling daughter,

And this year, sent my loving son to heaven.

How sad and heart-broken I am here in Kwangreung.

I stand facing the two graves.

The wind blows sadly passing by the branches of poplars.

By the graves, jack-0-lanterns dimly shine.

I call your souls by burning paper bills

And offer a rite by placing a bowl of cold water before your tombs.

You two, brother and sister, finding each other'soul,

Must play together every night.   

Now I know that, even if you have children

How dare you wish them to grow well.

Reciting a verse in vain

I feel chocked with bitter tears.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곡자’(哭子)라는 시입니다. 사랑하는 두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마음이 절절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녀는 1563년에 태어나 스물일곱 되던 해 1589년에 요절합니다. 그녀가 태어난 해는 영국의 시인이자 희곡작가인 셰익스피어가 태어나기 한 해 전입니다. 성리학의 나라였던 조선에서 여성이 문학적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그녀의 재능이 인정을 받은 곳은 조선이 아니고 중국과 일본이었습니다. 원치 않는 결혼으로 그녀의 삶과 문학이 꽃을 피우지 못하고, 두 아이를 잃은 고통으로 무너져 내렸던 그녀의 삶을 생각하면 그녀 역시 시대를 잘못 택한 천재였던 것이지요. 말단의 영문학자로서 우리 시를 영문으로 옮겨 소개하겠다는 포부만 있는 사람이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시인이랄 수 있는 허난설헌의 시를 다루지 않고는 안 될 것 같아 서툰 번역을 해봅니다.

    

그녀가 죽기 4년 전인 1585년 봄철 난설헌은 꿈속에서 바다 가운데에 있는 신선이 노니는 산에 올랐다고 합니다. 꿈속의 산 이름은 광상산(廣桑山). 무지개 같은 구름이 산 위에 서려 오색이 곱고, 구슬 같은 물이 흐르는 폭포가 벼랑 사이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단테를 천국으로 안내했던 베아트리체처럼 두 명의 절세미인이 그녀를 신선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꿈에서 깨어난 그녀가 쓴 글이 몽유광상산시서(夢遊廣桑山詩序)입니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을까요? 그 글의 끝 부분에 적힌 한 편의 짧은 시에 스물일곱 송이 부용꽃이 달밤에 떨어져 내립니다.     


碧海浸瑤海,

靑鸞倚彩鸞.

芙蓉三九朶,

紅墜月霜寒.         

푸른 바다는 구슬 바다로 젖어 가는데,           

푸른 난새는 광채 나는 난새로 옮마 가네.       

스물일곱 송이의 아름다운 부용꽃,                 

달밤의 찬 서리에 붉게 떨어지네.      


The blue sea is getting wet into the jade sea    

A blue phoenix is moving to a brilliantly colored one.

Twenty-seven beautiful lotus flowers

Are falling in the reddish moonlight due to the fr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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