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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17. 2020

습관-제 2의 천성

슬픈 감정도 습관이 됩니다.

습관은 행동을 결정한다. 우리의 많은 선택과 결정이 습관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보여준다. 19세기 미국의 신학자 타이론 에드워즈(Tyron Edwards)는 습관을 가리켜 “처음에는 약한 거미줄 같지만 그대로 두면 우리를 꼼짝 못하게 묶는 쇠사슬이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습관은 제 2의 천성이 된다. 의학에서는 유전자가 수명이나 질병의 패턴을 결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의 병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생활습관이 유전자 구조에 변형을 일으킨다. 어려서 한국과 미국에 각각 입양된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그 유전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살아온 환경의 탓으로 질병의 일치율이 크게 다른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였다. 후천적인 생활습관을 통하여, 유전자의 발현양상이 달라지고, 수명과 질병형태도 달라진다. 체질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지만, 후천적인 습관에 의하여 체질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습관의 회로     

뇌와 습관회로

MIT 대학 앤 그레이빌(Ann Graybiel)교수와 다트머스 대학 카일 스미스(Kyl Smith) 교수는 미국의 과학주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기고한 논문에서 우리 뇌에는 ‘습관회로'(habit circuits)가 있어, 어떤 행동이 반복되다 이 회로에 걸려들면 습관이 된다고 주장한다. 오래된 습관일수록 이 회로에 더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벗어나기가 어렵고, 결심이나 충격을 통해 일시 습관을 끊었다하더라도 계기만 있으면 슬며시 원래의 습관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결국 습관도 뇌의 작용을 통한 일종의 학습인 것이다. 따라서 일단 습관이 되면 그것은 우리의 행동 패턴으로 자리 잡게 된다. 16세기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습관과 행동의 관계를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생각하고, 규칙에 따라 말하며, 습관에 따라 행동한다.”  


그래서 감정도 습관이 된다. 늘 외로운 것에 익숙해 있던 사람은 남과 함께 있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무슨 일에든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좋은 일에도 불안감을 느낀다. 좋지 않은 결과를 생각하는 습관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것 보다 익숙한 것을 더 선호한다. 유쾌한 감정을 택하기 보다는 괴롭고 슬픈 감정이라도 습관의 회로 속에 있는 익숙한 감정을 선택한다. 그래서 긍정적인 것, 즐겁고 유쾌한 것, 그리고 선하고 올바른 것을 습관의 회로 속에 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습관의 학습    


인간은 반복적인 훈련의 과정을 통해 삶에 필요한 여러 가지 습관을 학습한다. 습관을 통한 교육인 것이다. 어떤 습관을 몸에 지니고 있느냐 하는 것은 삶의 질을 결정한다. 성격은 주로 본성이나 유전의 영향에 의해 형성되는 반면, 습관은 양육과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2차적 성격이다. 따라서 습관은 배울 수 있으며, 고칠 수도 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습관을 배운다. 행동의 약 40퍼센트가 의식의 결정이 아니라 습관의 결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습관은 기억, 판단 등과 함께 행동의 근원이 된다. 근대 심리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미국의 심리학자 월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우리 삶이 일정한 형태를 띠는 한, 우리 삶은 습관 덩어리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습관은 우리의 건강, 대인관계, 경제적 안정과 행복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람이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 결국 습관은 학습인 것이다. 망각곡선이란 것이 있다. 학습한 것은 일반적으로 한 시간 이내에 급속한 망각이 일어나고 9 시간 후에는 60퍼센트를 잊어버린다. 그리고 24시간 후에는 3분의 2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이를 그래프로 표시하면 처음에는 급격한 하락으로 시작해서 이후에는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다. 습관은 이 망각곡선의 역으로 학습이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완만하게 익숙해지다가 일단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급속히 고착된 행동의 패턴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운명을 바꾸는 습관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철저한 시간 관리로 유명했다. 매일 정해진 시각에 산책에 나섰기 때문에 그가 살던 쾨니히스베르크 시민들은 그를 보고 시계의 시각을 맞췄다고 할 정도이다. 그가 단 한 번 산책 시간을 어긴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루소(Jean-Jacques Rousseau)의 '에밀'(Emile)을 읽기 위해서라 한다. 시간에 대한 관리를 습관화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 기업 GE(General Electric)을 설립한 발명가 에디슨과 GE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올려놓은 CEO 잭 웰치(Jack Welch)의 공통점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1983년 1월 잭 웰치는 한 식당에서 첫 부인인 캐롤라인과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만년필을 꺼내 들고 냅킨에 무언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핵심, 하이테크, 서비스“(Core, High Tech, Service). 이 작은 메모는 GE 개혁의 바이블이 됐다. 당시 GE는 문어발식 기업 확장으로 다양한 사업 부문에 진출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저수익, 저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웰치는 냅킨에 적은 메모를 통해 GE의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즉 기존의 사업 영역 중 미래에도 세계 1, 2위를 유지할 수 있는 핵심사업 부문과 하이테크 부문, 서비스 부문의 중요성을 정확히 예측했던 것이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에디슨이 평생 기록한 메모 노트가 3,400권이나 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빌 게이츠의 독서습관은 유명하다. 그는 하버드 대학의 졸업장보다도 독서의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바쁜 일과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 한 시간씩 독서를 하고 주말에는 4-5시간 씩 독서에 몰두한다. 젊은 시절의 빌 게이츠는 또한 대단히 예의바른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와 배려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습관의 산물이다. IBM의 간부가 젊은 게이츠의 예의바른 태도에 감동해 당시 무명이었던 그의 회사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긴 것은 업계의 유명한 일화이다. 그에 대한 또 다른 일화는 성공한 사람이 어떤 마음의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느 날 한 기자가 그에게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된 비결을 묻자 게이츠는 이렇게 답한다. “저는 매일 제 자신에게 두 가지 최면을 겁니다. ‘오늘은 내게 큰 행운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되뇌는 것입니다.” 그는 독서, 예의, 마음의 습관을 통해 삶의 방식을 학습한 인물이었다. 한편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적 사고의 습관을 체득하고 있었다. 그는 기계와 인간 사이의 연결고리를 인식한 사업가였다. 그는 “소크라테스와 한 끼 식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그 식사와 바꾸겠다.“고 말할 정도로 인문학적 사고의 가치를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을 습관으로 바꾸어 인문학에 대한 세간의 관념을 바꾸어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은 그들의 운명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운명까지도 바꿔 놓는다.     


습관의 심리학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The Seven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미국의 스티븐 코비(Stephen R. Covey)박사는 마음과 행동의 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곱 가지의 습관을 강조한다. (1) 자신의 삶에 대해 주도적이 되라. (2) 목표를 확립하고 행동하라. (3) 중요한 것을 먼저 하라. (4) 상호 이익(Win-Win)을 생각하라. (5) 먼저 이해한 뒤 상대를 이해시켜라. (6)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라. (7) 끊임없이 자신을 쇄신하라. 습관이라기보다는 삶의 태도와 자기계발의 원칙처럼 들린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필요한 많은 것들은 반복을 통해 습관화됨으로써 체득되는 것이다. 머리로 깨닫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몸이 자동으로 반응할 수 있을 정도로 반복함으로써 습관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고쳐야 할 나쁜 습관도 있다. 오히려 좋은 습관보다 더 쉽게 뇌에 각인되고 몸으로 배워지는 것이 나쁜 습관이다.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의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는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it)에서 “유난히 강력한 습관은 중독증 같은 반응을 보인다. 원하는 마음이 강박적인 열망으로 발전해서, 평판과 직업의 상실, 가정과 가족의 상실 등과 같은 엄청난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뇌가 자동으로 움직인다.”고 말한다. 그렇게 우리는 나쁜 습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하나의 습관이 왜 형성되었는지를 파악하면 행동의 패턴을 바꿔갈 수 있다고 말한다. 왜 우리는 담배를 피우는가? 심심해서? 생각하는데 도움이 되어서? 자극이 필요해서? 흡연의 습관이 생긴 이유를 파악하면 그 습관에 대체할 무언가를 찾음으로써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영국 최초의 여성 수상이었던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철의 여인’(The Iron Lady)에서 그녀의 아버지는 어린 대처에게 이렇게 말한다. “생각을 조심해, 생각은 말이 되니까. 말을 조심해, 말은 행동이 되니까. 행동을 조심해, 행동은 습관이 되니까. 습관을 조심해, 습관은 인격이 되니까. 인격을 조심해, 인격은 운명이 되니까.” 어떤 의미에서 습관은 곧 우리 자신일지 모른다. 습관이 모여서 우리의 삶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습관은 나쁜 행동에 대해 우리를 둔감하게 만드는 괴물이며, 착한 행동에 대해서는 몸에 딱 맞는 아름다운 옷을 입혀주는 상냥한 천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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