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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18. 2020

역경을 변화의 계기로

감자와 달걀 그리고 커피콩 이야기

아버지와 딸이 있었습니다. 딸은 늘 사는 것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한 가지 문제를 힘들게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난다고요. 이젠 사는 것 자체가 지겨울 뿐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조리사였던 아버지는 그런 그녀를 주방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세 개의 냄비에 물을 가득 붓고 각각을 불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물이 끓자 냄비 하나하나에 감자와 달걀과 커피콩을 넣었죠. 그리고는 말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딸은 아버지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하며 초초한 마음으로 기다렸죠. 20분쯤 지나자 아버지는 불을 끄고 다른 그릇에 감자와 달걀을 꺼내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커피를 내려 컵에 따랐습니다.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뭐가 보이니?” 

딸이 대답했습니다. “감자와 달걀과 커피요.” 

그러자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죠. “좀 더 자세히 보고 감자를 만져봐.”


딸은 삶아져 부드러워진 감자를 만져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달걀을 집어 들고 껍질을 벗기자 달걀은 단단히 삶아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컵에 따른 커피도 한 모금 맛보았죠. 향긋한 커피 향에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딸이 물었습니다. “아빠, 이게 무슨 뜻이에요?”


아버지가 설명했습니다. “감자와 달걀과 커피콩은 모두 끓는 물이라는 역경에 빠지게 된 거지. 하지만 각기 다르게 반응했어. 감자는 원래 단단했지만 끓는 물속에서 부드럽고 쉽게 부스러지게 되었지. 반대로 달걀은 얇은 껍질 속에 액체가 가득했지만 끓는 물속에서 단단하게 변화되지 않았니? 커피콩은 아주 독특했어. 끓는 물을 만나자 커피콩은 물을 변화시켜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거야. 너는 그 세 가지 중 어떤 것을 닮았니? 역경이 오면 넌 어떻게 대응하지? 감자, 달걀, 커피 중에서 무엇이 되고 싶어?”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역경은 언제든 예기치 않게 찾아오죠. 우리는 사실 역경과 더불어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역경에 부딪혀 좌절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버텨내기가 너무 힘들어서 말입니다. 문제는 한번 쓰러지면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죠. 그래서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역경이 주는 고통에 익숙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성장하고 강해져 있는 것을 발견하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목도하는 역경에 따른 두 모습입니다. 그런데 커피는 참 신선한 발상이네요. 역경이 나의 상황을 변모시키고 나 자신도 변화시켜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한다는 것 말입니다. 피할 수 없는 것은 마주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바람의 방향은 바꿀 수 없어도 배의 돛은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니까 한 번 역경을 기회로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기회가 문을 두드리지 않으면 문을 새로 만들기라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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