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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25. 2020

신의 시간은...

순간을 백년처럼 살면 돼죠.

한 남자가 산 위에 올라 신과의 대화를 청한다.

“신이시여, 당신께 백만 년은 무엇입니까?”

“잠깐이지.”

“그럼 백만금은 무엇입니까?

“한 푼”

“그러면 한 푼만 빌릴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잠깐 후에.”    


우스개입니다. 신의 시간은 백만 년도 한 순간이지만 인간의 시간은 길어야 백년인데 지내고 나면 너무 짧은 것이 인생이지요. 지난 십 년을 돌아보세요. 참 많은 일이 있기는 했지만 덧없이 흘러가지 않았나요?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나는 내 자신이 얼마나 변해있는지를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난 한 해는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분명 변하기는 했지요. 브런치를 알게 되어 벌써 4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컴퓨터 안에 적어두었던 글들과 새로 쓴 글들이 마치 볏짐처럼 자꾸 쌓여 가는데 아직도 분명한 방향은 잡히질 않네요. 하지만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 같은 시기에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잠시 제 글을 스쳐가는 분들께 고맙기도 하고 서툰 글에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젊은 분들이면 시간을 소중히 하세요. 매 순간이 너무도 중요하다는 걸 세월이 흐르면 알게 되니까요. 하지만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급하면 가끔 시간을 헛되이 흘려버리게 되기도 한답니다. 여유를 가지세요. 신의 시간을 조금 빌린다고 치고 이따금 하늘의 구름도 쳐다보고, 음악에 빠지기도 하고, 사색에도 몰두해 보세요. 시집도 들쳐보고, 철학 서적도 몇 페이지 넘겨보면 좋겠지요. 우리 주변에는 감각에 직접 호소하여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 것들은 별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언제든 즐길 수 있어요. 하지만 조금은 노력을 기울여야 즐길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 좋은 시와 아름다운 그림들은 여러분들이 먼저 손을 뻗어야 다가옵니다. 이제 11월도 다 지나가네요. 서서히 겨울의 추위가 시작될 모양입니다. 이 매거진에서 요즘 저는 우리 시를 영문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평생 영문학을 가르쳤지만 아직도 서툴지요. 하지만 좋은 시 100편은 채워 보려 합니다. 11월의 깊은 밤 나태주 시인의 ‘11월’이란 시를 소개합니다. 참! 신의 시간은 백만 년도 순간이지만 우리에겐 순간을 백만 년처럼 생각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답니다!


11월

          나태주    


돌아서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November

       by Na, Tae-joo    


I have already gone too long a way to turn back.

It's really a long time to lose.      


A frosted young rose seems to be watching me somewhere

With her lips wet with blood.     


As the day is getting a little shorter

I have to love you more.

(Translated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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