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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01. 2020

리더의 조건

리더십, 팔로어십, 파트너십

리더십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화두다. 수많은 경영학 서적, 자기 계발서, 강연 등에서 리더십의 필요성이 역설되고 리더의 육성을 위한 방법론이 제시된다. 리더십 전성시대이다. 이제 리더들은 그들이 이끌어야 할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 할 판이다. 모두가 리더인 사회에서 그들을 따를 사람을 발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중요성을 부정할 의도는 없다. 리더십은 조직의 인간관계에서 요구되는 덕목이고,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입장에 있다는 점에서 모두 리더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더십은 팔로어십과 함께 할 때 빛을 발한다. 리더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그를 따르고 그에게 협력하는 사람 없이 리더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는 그를 따르는 조직의 구성원들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믿음을 이끌어 내어야 한다.   


리더십과 팔로어십(Leadership & Followership)    

  

구성원들은 단지 리더의 명령을 따르는 꼭두각시들이 아니다. 팔로어십의 개념이 강조된 것은 미국의 컨설턴트 켈리(Robert E. Kelley)에 의해서이다. 그는 그의 저서 ‘팔로어십의 힘’(The Power of Followership)에서 팔로어들에게 요구되는 자질들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1)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기 관리(Self-Management), (2) 목표, 비전, 조직의 대의에 대한 헌신(Commitment), (3)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능력(Competence), (4) 자신의 믿음을 지키고,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는 용기(Courage). 리더십은 결코 팔로어십을 도외시하고 이야기될 수 없다. 현대의 리더십 교육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팔로어십에 대한 훈련과 병행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춘(Fortune)은 2014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리더’에 뉴욕 양키즈의 주장 데릭 지터(Derek Jeter)를 11위에 선정했다. 데릭 지터는 감독이나 코치가 아닌 현역 선수로서 당당히 리더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1992년부터 23년째 양키즈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였고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아 왔다. 또한 데릭 지터는 오랜 세월 ‘양키즈 맨’으로 활약하며 무수히 많은 기록들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 보도가 감동을 주는 것은 그가 지시를 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다른 선수들과 함께 팀의 승리를 위해 뛰는 선수였다는 점이다. 지터는 리더이면서 팔로어였다. 그는 뉴욕 양키즈 선수들을 동료의 입장에서 협력하고 이끌었던 파트너이자 리더였고 팀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해온 팔로어였던 것이다.     

감동의 리더십     

  

미국의 남북전쟁 때 링컨 대통령이 전장에서 부상을 입은 병사들을 찾았다. 중상을 입어 죽음을 앞둔 한 병사를 만난 링컨은 자신이 도울 일이 없느냐고 물었다. 대통령임을 알아보지 못한 병사가 죽기 전에 어머니에게 보낼 편지를 대신 써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정성 들여 병사가 불러주는 대로 편지를 받아썼다. 그리고 편지의 말미에 ‘당신의 아들을 대신해 아브라함 링컨이 씁니다.’라고 적었다. 그의 서명을 본 병사가 놀라 물었다. “당신이 정말 대통령인가요?” 링컨이 달리 더 도울 일이 없냐고 묻자 병사는 자신의 손을 잡아주면 편히 떠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링컨은 그가 숨을 거둘 때까지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병사의 아픔을 가슴으로 함께 느끼는 온정의 리더십이다.      

  

리더십의 핵심은 감동에 있다. 자신을 돕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감동은 리더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루어진다. “서번트 리더십’(The Servant Leadership)의 저자로 유명한 미국 작가 제임스 C. 헌터는 ”리더십은 권력이 아닌 권위에서 나오며 권위는 희생과 헌신에 바탕을 둔다.”라고 말한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간디는 희생과 헌신의 리더십을 몸으로 체현한 지도자였다. 그는 늘 미소를 잃지 않았으며, 유머를 즐겼고 가식과 위선의 태도를 배격했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기에 위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한 거짓말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하는 용기를 지녔기에 위대했다. 그는 평생 정직하고 겸손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평범한  인물이었으나 그 평범함을 위대성으로 바꾸어 놓은 인물이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언제나 지갑에 간디의 사진을 넣고 다니며 자신의 교만함을 경계하였다고 한다. 그의 안경도 간디의 안경을 본뜬 것이었을 정도로 그는 간디의 숭배자였다. 

  

어느 날 한 여인이 간디의 오두막으로 찾아왔다. “제 아들이 단 것을 너무 좋아해 건강을 해칠까 두렵습니다. 제가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으니 선생님께서 불러 얘기를 해주십시오. 제 아들은 선생님을 존경해서 선생님 말은 들을 겁니다.” 간디는 여인에게 두 주 후에 아들을 보내라고 했다. 젊은이를 만난 간디가 말했다. “단 것은 몸에 좋지 않으니 삼가는 게 좋겠소.” 그 말을 들은 젊은이는 “어렵겠지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니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를 지켜본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왜 굳이 두 주 후에 오라고 하셨습니까?” 이에 간디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단 것을 끊으려면 두 주는 필요했거든.” 스스로 실천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요구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간디의 진실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의 지배자였던 알렉산더 왕은 신뢰를 통해 감동을 주었던 리더였다. 그가 전쟁 중에 심한 열병에 걸렸다. 당시 최고의 명의라 불리던 필립 포스가 왕에게 말했다. “저의 처방대로 치료를 하면 3일간은 상태가 악화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 이후에는 반드시 병이 나을 것입니다.” 그때 시종이 전투에 나가 있던 발이니오 장군의 편지를 가져왔다. 그 편지에는 의사 필립 포스가 페르시아 왕의 뇌물을 받고 왕을 시해하려고 하니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알렉산더 왕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마침내 결심을 하고 필립 포스를 불러 그가 조제한 약을 가져오게 하였다. 왕은 자신이 받은 편지를 그에게 넘겨주며 그가 만들어온 약을 거침없이 마셨다. 편지를 읽은 의사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렸다. 알렉산더 왕은 사흘 후 병에서 회복되었다. 리더에 대한 신뢰는 달리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는 것, 그것이 상호 신뢰의 핵심인 것이다. 

  

알렉산더에 대한 다른 일화는 리더의 관대함을 보여준다. 왕은 자신의 애첩 판카스테를 무척 사랑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화폭에 담아두고 싶었던 왕은 유명한 화가 아펠레스에게 그녀의 누드 초상화를 그리도록 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는 동안 화가와 왕의 여인이 서로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이 사실은 왕의 귀에도 들어갔다. 놀라운 것은 이에 대한 알렉산더의 대응이었다. “아름다움의 진가를 아는 데에는 나보다 예술가인 자네가 훨씬 낫겠지.”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을 용인했다. 관대함에 앞서 놀라운 자제력이다. 신뢰와 자제력과 관대함은 리더가 지녀야 할 참으로 멋진 자질이 아닐 수 없다.    

리더의 힘    

  

리더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영국의 경영 컨설턴트 포사이드(Patrick Forsyth)는 리더에게 필요한 여섯 가지의 능력으로 ‘보상’(reward), ‘처벌‘(penalty), ’ 합법성‘(legitimacy), ’참조성‘(reference), ’ 전문성‘(specialty), ’ 정보성‘(information)을 꼽고 있다.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보상과 처벌의 힘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은 합법성 위에서 형성되어야 한다. 또한 리더는 부하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참조성을 지녀야 하고, 그 참조성은 전문성과 정보능력을 기초로 확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리더의 진정한 힘은 멘토로서의 능력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팔로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문답을 통해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는 직접 답을 주지 않고 제자들에게 질문을 던져 스스로 답을 찾게 했다. 현대 ‘코칭’(coaching) 리더십의 원조이다.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소크라테스에게 자신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한다. “자네가 하는 이야기가 사실에 입각한 것이든지, 친구에게 좋은 이야기든지, 혹은 내게 유익이 되는 이야기라면 해 보게.” 그 젊은이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뒤돌아섰다. 소크라테스는 위대한 멘토였다. 그러나 리더의 이러한 능력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깨달음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빌 게이츠가(Bill Gates)가 1년에 300권의 책을 읽는 독서광인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말 위에 앉아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는 독일의 시성이라 불리는 대문호 괴테와 음악가 베토벤까지 감동시킬 정도로 뛰어난 학식과 예술적 소양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리더는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신뢰를 주고, 그들의 부족한 점을 덮어주고 채워주는 관용의 미덕을 지녀야 하며 희생과 헌신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또한 겸손과 배려와 정직함을 가져야 한다. 빌 게이츠는 회사 직원들에게 미국에서 잘 알려진 면접에 관한 일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가 중요시하는 리더와 팔로어의 덕목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캘리포니아의 한 음료회사 신입사원 면접에서의 일이다. 한 젊은이가 불안하게 대기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소박한 차림의 한 노인이 들어왔다. 젊은이는 노인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그 노인은 젊은이를 한참 바라보더니 갑자기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젊은이, 고맙소. 지난날 젊은이가 아니었으면 내 딸은 죽고 말았을 거야.” 젊은이는 노인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노인은 그를 오래전 센트럴 파크에서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진 자신의 딸을 구해준 사람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젊은이는 “아닙니다. 잘못 보신 겁니다. 제가 그 사람과 닮았는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은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 노인은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젊은이는 “서두르지 마세요. 꼭 은인을 찾을 겁니다.”라며 노인을 위로했다. 그 젊은이는 그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그 노인이 회사의 회장이었던 것이다.’ 젊은이는 예의 바르고 정직했다. 그리고 상대를 위로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빌 게이츠의 팔로어십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리더가 지녀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리더십은 다양한 이론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조직운영의 효율성에만 초점을 둔 리더십 이론들은 팔로어십에 대한 경시로 이어지는 우를 범하고 있는지 모른다. 리더는 무엇보다도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또한 리더에게 협조하고,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일하는 팔로어십을 이끌어내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자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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