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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24. 2020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재진,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다 혼자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보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너머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다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There is no one but is alone.

                         by Kim, Jae-jin     


When you see the back of a man you trust,

And your heart broken by the indifference of a man you love,

Just remember there is no one but is alone.     


Twice or three times, no, many times over and over

Just talk to yourself in the mind.

In fact there is no one but is alone.      


Though you are in love now or with somebody, firm in resolve,

There is nothing like a real soul mate because everything is an illusion.

As vividly yellow forsythias, bred out of the winter, attract our eyes

As short-lived green dyes the field in a moment,

As youth is never eternal,

So nothing can be completely with you.      


To be with you is to understand you.

But who can fully understand you?

Even though your heart, somewhat lonely and sad, like salty water,

Makes you sore, you have to admit it.

You have no choice but to admit it.

It may sound banal, but such is life, such is living.

There is no one but is alone.     


But being alone means being empty.

Just love the lingering imagery of emptiness.

Adjust yourself to the time you spend alone

Like transparent sorrow in the night sky

That can be seen through a holey roof    


Stars are shining alone

At a long, long distance and for so many ages beyond time.

All that shines is so alone.     


As a wayfarer who asks his way

Leave with the sound of the wind filled in your body like empty stalks.

(Translated by Choi)   


외로워 마세요. 사는 것이 원래 그렇습니다. 그렇듯 사랑했던 사람, 그 시절, 그 장소와도 언젠가는 이별하기 마련입니다. 인생은 홀로 가는 나그네 길이죠. 아주 옛날 한국의 액션 영화 속에 장동휘라는 배우가 등장합니다. 중절모에 검은색 코트 그리고 흰색 머플러를 한 영화 속의 주인공은 비열한 폭력배들 앞에 나타나 정체를 묻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물 따라, 바람 따라 떠도는 나그네라고나 할까?” 요즘 들으면 참 신파조로 들리지만 그 시절에는 멋있기만 했답니다. 그 배우도 벌써 오래전에 세상을 떴지요. 시간이라는 물결은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갑니다. 거대한 산맥도 세월의 흐름에 언젠가는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혼자 남겨지죠. 그래서 혼자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고독을 벗 삼아, 외로운 방랑객이 되는 겁니다. 요즘 혼자 있는 시간에 단단히 길들여지는 느낌입니다. 나 외의 세상과 차단된 느낌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나를 사랑해야 합니다. 남을 사랑하듯, 사랑했듯 그렇게 나를 위한 사랑을 배워야 합니다. 소중했던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은 알죠. 마치 가슴속으로 찬바람이 지나듯 서늘하고 허황했던 그 느낌을 말입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도 다 제각기 홀로 빛나고 있다고. 혼자만 외롭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 모두가 그런 겁니다. 그러니 주변의 모든 외로운 사람들을 안아주세요. 어차피 우리는 홀로 걸어갈 나그네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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