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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24. 2020

꽃잎으로 받치고 있는 하늘

안도현, 사랑한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안도현 (1961~)    


길가에 민들레 한 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To Love Someone

                by Ahn, Do-hyun


A dandelion that blooms by the roadside

Lives and holds up the whole sky with its petals. 

Likewise, if a man, born in this world, 

Loves someone with all his heart,

He comes to accept the entire world 

At last.      

If we love each other passionately

With our eyes open during the cold and clear night, 

That means 

You, for me, I, for you, 

Shouldering the burden of the world 

Walk together toward the dawn.

(Translated by Choi)     


한 송이 민들레가 그 작은 꽃잎으로 하늘을 받치고 있다는 표현은 얼마나 감동적인지요! 사실 우리 모두는 우리 나름의 세상을 짊어지고 삽니다. 그 무게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월의 짐을 지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어떤 이는 그 짐이 무거워 흔들리고, 비틀거리며 아우성치기도 하죠. 그렇게 어깨에, 등에 진 우리의 삶은 결코 내려놓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니까요. 자다가 갑자기 깨어나 숨 막히는 삶의 무게에 벌떡 일어나 본 적이 있으신가요? 무너진 그 하늘에 벗어날 틈은 어디에도 없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고통스러워 울고 싶은데, 누군가에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때, 무너지는 가슴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아픔이지요. 그래서 시인은 사랑하라고 합니다. 가슴 절절히 누군가를 사랑하라고 합니다. 서로의 짐을 나누어질 수 있는 사랑을 만들라고 합니다. 하긴 그것 말고 무엇이 있겠어요? 홀로는 어쩔 수 없는 그 짐을 어쩌겠습니까? 가족이, 친구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함께 하는 하늘은 꽃잎으로도 받칠 수 있을 겁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세상은 그래서 살 만한 곳이 되겠죠.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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