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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26. 2020

나만 홀로 이렇게 달라져 있다

이소라,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이소라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The Wind Blows

           by Lee, So-ra


The wind blows. Into my broken heart

The empty landscape flows.

I have my hair cut and on my way back

I shed tears rising in my eyes all the while.    


The sky gets wet and on the dark street

The cold raindrops are falling.

The rain following me in a cluster

Seems to have already stopped, far away from me.     


The world is the same with yesterday’s, and time still flows

But I have become different all alone

My vain wishes blowing in the wind

Desperately disappear.     


The wind blows into the bitter cold

Turning the past time back.

Your back, standing on the end of summer,

Seems to be cold and I may know all about it.     


To you, my cherished sleepless days

Are not different from now. 

Love is a tragedy and you are not me.

Our memories are written differently.    


I depart from you

Without saying goodbye.     


The world is the same with yesterday’s and time still flows.

But I have become different all alone.

Over my head where my priceless memories lie

The wind blows    


Tears flow.    


미국의 포크송 가수 밥 딜런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16년의 일이었습니다. 문학계는 다소 의외의 이 수상에 놀라기는 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여 수긍의 뜻을 표합니다. 그의 노랫말은 시대의 정신을 노래하고 많은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한, 깊고 아름다운 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중을 위한 노랫말들은 시에 비해 직접적입니다. 사랑의 아픔이나 세상의 부조리조차도 일상의 언어처럼 있는 그대로 표현합니다. 수사법이나 시적 역설, 상징, 아이러니는 거의 사용하지 않죠. 그래서 얼핏 들으면 가볍고,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노랫말들은 우리가 경험하는 수많은 감정들을 너무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후 듣는 유행가들은 어쩜 그렇게 내 마음을 헤집고 흔들어 놓는지요. 어린 시절 들었던 팝송과 가요들은 세월이 흐른 뒤 우리의 추억을 일깨웁니다. 그 선율과 함께 익숙한 목소리에 실린 가사들은 그 시절의 기억을 또렷이 되살려 놓는 것이죠.     


저는 팝이나 가요를 좋아합니다. 한때 레드 제플린, 퀸에 빠져있었고, 이글스와 비지스도 너무 좋아했죠. 제니스 조플린의 음악도 아련히 추억을 깨웁니다. 우리 노래도 좋아했죠. 이문세의 노래는 뭐든 좋아했고, 요즘은 잔나비라는 밴드의 노래도 자주 듣습니다. 음악에 관한 한 잡식성이어서 마음에 와 닿는 노래면 뭐든 좋습니다. 그런데 노래를 듣다 보면 그 가사에서 강하게 시의 향기를 느끼는 때가 많습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라는 노래도 그중 하나입니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든 눈물을 쏟는다’라는 부분에서는 나도 그만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머리를 자른다’는 그 표현이 수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죠.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에 이르면 가슴 한 편이 뻥 뚫려 찬바람이 스치는 것 같습니다. 노랫말 곳곳에 너무도 예민한 감성이 스며들어 있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대중가요의 노랫말은 그렇게 시가 됩니다. 시가 뭐 별 건가요? 우리 마음속에 떠오른 감정을 언어로 옮겨놓은 것일 뿐이죠. 그리고 그 표현이 나의 마음에 강하게 부딪혀 온다면 그건 참으로 강력하고 아름다운 시가 되는 겁니다. 예술은 결코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곳에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예술의 출발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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