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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28. 2020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루어 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Why I love you

           by Han, Yong-un    


I love you, not without any reason.

Others only love my ruddy face,     


But you love my grey hair, too.    


I miss you, not without any reason.

Others only love my smile,    


But you love my tears, too.    


I wait for you, not without any reason.

Others only love my staying fit,    


But you love my death, too.   

(Translated by Choi)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많기도 하고 없기도 하죠. 사랑에 빠진 사람은 마음속에 수많은 이유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한 하나의 이유도 생각나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사실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겨나는 것이니까요. 독립투사였고, 승려이기도 했던 만해 한용운이 속세의 사랑을 이렇게 묘사한 것은 인간은 누구나, 나이나 신분, 처한 상황에 상관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죠. 사랑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사랑하는 이유가 중요한 것은 사랑이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오늘 등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닙니다. 가까웠고, 사랑했고, 존경했던 많은 사람들이 왜 어느 날 서로 간에 작별을 고하게 되는 것일까요. 우린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요.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차갑게 식히고 마는 것일까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한 구절이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사랑에 대해, 믿음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이 시간입니다.     


“변화의 구실이 생겨 변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이 가버렸다고 해서 변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폭풍우가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 

영원히 고정된 표식입니다. “ (소네트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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