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중반에 브런치라는 글밭을 알게 되어 평생 처음으로 온라인 상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시기에 브런치는 내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올린 글들은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지만 누군가 그것을 읽어주고 가끔은 글에 대한 느낌을 적어 보내 주기도 하는 것에 신기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직업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이어서 지난해는 ppt에 녹화를 하고 zoom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하였지만 마음은 늘 무거웠습니다. 이렇게도 교육이 되는 것일까? 노교수의 넋두리 같지만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 적도 많았습니다. 어찌 교육이 화면 위에서 이루어진단 말인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소리를 공유하고 감정의 교환이 이루어져야 하거늘 이 차가운 주고받음으로 무엇을 전하고 무엇을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이제 새해가 밝았습니다. 여전히 새 학기에도 학생들을 만나 전처럼 얘기 나눌 수는 없을 모양입니다. 새내기들은 캠퍼스조차 느끼지 못하고 또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야 할까요. 안타까운 마음에 코로나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는 소식만 더해져 이제는 참담한 마음입니다. 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답니다. 대학에서만 거의 40년을 가르치다가 금년 8월이 정년인데 학생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퇴임을 해야 할 모양입니다. 허허 어찌 이런 일이!
올 해는 육십 대의 중반을 넘겨 교직을 마감하는 해입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글 쓰고 가르치는 일뿐이라 조금은 새로운 인생에 대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시작되면 끝이 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게 인생입니다. 지나 보면 모두 고마운 일, 고마운 사람뿐입니다. 그저 아쉬움을 남기는 끝이 되겠지요. 다음의 시작과 끝은 그 아쉬움이 덜할까요?
브런치에 계속 글을 써보려 합니다. 인문학과 셰익스피어는 제 평생의 공부이니 계속해야겠지요. 우리의 아름다운 시를 영역하는 것도 영문학자로서의 의무 같기도 하고요. 새해에 꼭 시작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한국의 연극 전통을 영문으로 기록하는 일인데 하고 싶었지만 너무 번잡하여 미뤄두었으니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합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시작이 늘 어렵죠.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끝을 맺고 싶은 마음은 들것 같습니다.
새해 첫날 넋두리가 길었습니다. 좋은 글을 브런치에 올리시는 많은 작가분들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모두 뛰어난 분들이십니다. 그렇게 브런치를 풍요롭게 하시고 계시니까요. 제 부족한 글을 구독해주시고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좋은 것이죠. 무한히 흐르는 시간 속에 새해라는 것이 특별한 의미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시작점에서 우리의 마음을 새로이 할 수는 있을 겁니다.
척박한 세상, 힘든 한 해를 살아내시느라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로운 희망으로 새해를 맞고 또 열심히 살아야겠죠.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 좋은 일 많으시고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최용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