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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04. 2021

손수건 같은 만남을 위하여...

정채봉, 만남

만남

          정채봉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입니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나오니까요.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입니다.

피어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요.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입니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요.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 같은 만남입니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요.        


Meeting

          by Chung, Chae-bong    


The worst meeting is

Like fish.

The more meetings, the more they stink of fish.     


The trickiest meeting is

Like a blossom.

In full bloom, it is hailed, but in withering, abandoned.    


The most wasteful meeting is

Like an eraser.

It takes off the trace of the meeting in a moment.  


The most beautiful meeting is

Like a handkerchief.

In trouble, it wipes out sweats,

In sorrow, it dashes away tears.

(Translated by Choi)         


살면서 우리는 참 많은 만남을 경험합니다. 모든 만남은 인연이지요. 가족으로 만나고, 친구로 만나고, 연인으로도 만나지만, 어떤 만남은 차라리 만나지 않으니 만 못한 것도 있습니다. 악연인 거죠.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말 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 말입니다. 하지만 그도 나이가 들어서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었죠. 자신이 살아온 세상이 지옥일 수만은 없었으니까요. 좋던 싫던 타인과 더불어 사는 것이 인생입니다. 불교에서는 인(因)과 연(緣)이 만나서 인연이 된다고 합니다. ‘인’은 내가 상대방에게 거는 마음이고, ''은 상대가 내게 거는 마음입니다. 그렇게 인연은 나와 남이 서로에게 거는 마음으로 시작되는 것이죠. 상대에게 원하기만 하고 아무 것도 주는 것이 없거나, 내게 원하기만 하는 상대를 만나서는 바르고 아름다운 인연을 맺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정채봉 시인은 만남을 생선과 꽃송이, 지우개와 손수건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만날수록 악취를 풍기는 만남, 좋을 때만 아름답다가 문제가 생기면 등을 돌리고 마는 만남, 아름다웠던 기억들을 쉽게 망각하는 그런 만남들을 우리는 늘 겪으며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실망하고, 타인을 혐오하며 사는 것이지요. 그래서 쉽게 인연을 맺지 말라고 가르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군들 악연을 알고 맺기야 하겠습니까? 한 번 맺어진 인연을 어찌 그리 박절하게 끊어버릴 수 있을까요? 그래서 한번 생각해볼 일입니다. 나는 상대가 내게 품는 ‘연’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말입니다. 상대를 비난하고, 분노하기 전에 자신은 어찌했는지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올바른 인연의 끈을 놓치지 않을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을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쉬운 존재이니까요.     


새로이 펼쳐지는 이 아름다운 시간에 우리의 수많은 인연들을 다시금 돌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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