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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11. 2021

질기고 질긴 인연의 끈

안예은, 홍연

홍연

          안예은     


세상에 처음 날 때

인연인 사람들은

손과 손에 붉은 실이

이어진 채 온다 했죠    


당신이 어디 있든

내가 찾을 수 있게

손과 손에 붉은 실이

이어진 채 왔다 했죠    


아픈 내 목소리에

입 맞춰 주면서도

시선 끝엔 내가 있지를 않네

또다시 사라져    


아득히 멀어지는

찬란한 우리의 날들이

다시는 오지 못할

어둠으로 가네     


Red Threads

                Ahn, Ye-un     


When first born in this world,

Those who have special ties with each other 

Are said to come with their hands 

Connected with red threads.     


Wherever you are,

I can find you 

‘Cause our hands 

Have been tied with red threads.    


Even when you kiss 

My ailing voice, 

I am not there where your eyes end.

As we break apart    


So far away,

Our glorious days

Have disappeared into the darkness

And will never come back again.

(Translated by Choi)      


안예은이라는 친구를 처음 본 것은 몇 년 전 ‘K-Pop Star’라는 예능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그 오디션에서 첫 곡으로 부른 노래가 이 ‘홍연’이라는 노래이다. 모던 사극의 주제곡 같은 느낌의 이 곡을 처음 불렀을 때, 그녀는 예상대로 심사위원들의 혹평을 받았고,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었던 유희열이 와일드카드를 써서 간신히 다음 무대에 설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몇 번의 예선전에서 그녀는 TV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부르는 노래가 모두 요즘의 트렌드와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오디션 중반 이후부터 서서히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 덕에 앞에서 불렀던 노래들도 비로소 TV에 소개되었다. 결국 그녀는 그 오디션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놀라웠던 사실은 그 오디션 내내 자신이 작곡한 노래만 불렀었다는 사실이었다.     


안예은의 노래는 기본적으로 국악의 분위기를 드러낸다. 거기에 그녀 특유의 강하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아주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이후 그녀는 자주는 아니지만 몇 차례 TV에 모습을 보였고, 사극 드라마의 OST을 부르기도 하였다. 나는 안예은의 노래를 평할 만큼 음악에 지식이나 안목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의 가사가 그녀만의 음률에 얹혀 전달되는 현재와 과거와 미래의 동시적 공존에 가끔 전율을 느낀다. 붉은 실로 이어진 이승에서의 인연이 현실에서의 만남을 넘어 미래의 헤어짐으로 이어지고, 세상의 인연은 짙은 암흑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왠지 묶여있던 붉은 실은 결코 풀어질 것 같지 않은 판타지를 남긴다. 안예은, 그녀는 내가 만나게 된 새로운 젊은이였다. 그리고 그녀의 음악에서 많은 사람들과의 질긴 인연의 끈을 발견한다. 내 손에 함께 묶인 그 많은 인연의 실들을!           


(그녀는 홍연을 ‘붉은 인연’(紅緣)이라는 뜻으로 쓴 것 같다. 영문 번역에서는 시의 핵심어인 ‘붉은 실’이라는 뜻의 ‘Red Threads’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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