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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11. 2021

호수와 촛불, 나그네와 낙엽

김동명, 내 마음은...

내 마음은

             김 동 명    

내 마음은 호수(湖水) 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 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라.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 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 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My heart is

         by Kim, Dong-myong     


My heart is a lake.

Please come to me by rowing.

Embracing your white shadow, 

I, like jades, will break at the front of your boat.     


My heart is a candle. 

Please close that door. 

Shaken by your silk train,

I will calmly burn away till the end.     


My heart is a wanderer.

Please play on a pipe.

Listening to it under the moonlight,

I will silently stay awake all night.     


My heart is a fallen leaf.

Please let me stay at your yard for a while.

Being a wanderer again, when the wind blows,

I will leave you all alone.     


문득 가곡으로 듣던 김동명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내 마음은 호수요’로 시작되던 그 노래. 그런데 요즘은 왜 그 노래를 들을 수 없었는지 모르겠네요. 라디오를 듣지 않아서 일까요? 하긴 TV에서도 가곡은 별로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추억의 노래인데... 중학생 시절의 음악 선생님은 기인이셨어요. 담배 열 개비를 한꺼번에 입에 물고 피우셨던 분이었죠. 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도 음악 시간 하면 그분의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예전에는 대학에서 수업 시간에 교수님들이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지금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 시절은 그것이 그다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었답니다. 시와 노래는 순간적으로 우리를 그 예전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반 별 합창대회에서 불렀던 노래는 귓전에 쟁쟁한데 제목이 도저히 생각나질 않네요. 언제인가부터 기억 속 모습들과 소리들에 이름을 떠올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나이 탓일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 어렴풋 떠오르는 많은 것들이 이름을 잃고 마는 일, 그것이 늙는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허허!   


호수와 촛불, 나그네와 낙엽으로 비유된 시인의 마음은 얼마나 조심스레 사랑하는 임을 향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잔잔한 호수를 건너오는 뱃머리에 부딪히는 물결은 옥같이 빛나는 물방울을 만듭니다. 여인의 옷자락에 흔들리던 촛불은 밤새 한숨과 함께 타들어 갑니다. 흔들리며 먼 길을 걸어온 나그네는 잠시 그대의 문가에 머물다 떠나갑니다. 아름다운 시, 아름다운 노래가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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