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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12. 2021

키 작은것에는 몸을 낮추세요

박두순, 꽃을 보려면/  고은, 그 꽃

꽃을 보려면

          박두순     


채송화 그 낮은 꽃을 보려면

그 앞에서 

고개 숙여야 한다    


그 앞에서 

무릎도 끓어야 한다    


삶의 꽃도 

무릎을 꿇어야 보인다    


To See a Flower

         by Park, Doo-soon     


To see a short sun plant

You need to bow to the ground 

Before it.     


You need to kneel down

Before it.    


The flower of life Is to be seen 

Only when you bend your knees.         



그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The Flower

       by Koh, Eun     


On my way down

I saw the flower 

I had not seen on my way up. 


꽃에 관한 두 편의 짧은 시는 오늘 아침 내게 겸손을 배우라고 말합니다. 오만하게 살지는 않았지만 가끔씩 속으로라도 가졌던 은밀한 자만심, 그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지를 지금은 깨닫고 있는 것일까요? 겸손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의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살면서 남을 큰 소리로 비난하고, 역정을 내고,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러고 난 뒤 우린 얼마나 후회하고 자책했던가요. 겪고 또 겪어서 알고 있어도 왜 그리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일까요. 나 자신도 모자라기는 마찬가지인데 스스로에게 화를 내듯 남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피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조금만 지위가 높아지면, 스스로 으스대지는 않아도 남이 내게 몸을 낮추지 않을 때 불쾌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손에 쥔 것이 조금 많아지면 남의 헐벗음과 궁색함에 얼굴을 찌푸린 적은 없으신가요? 키 낮은 채송화를 보기 위해 몸을 굽히는 것처럼, 낮은 것에는 더욱 몸을 낮추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금 천천히 오르더라도 주변의 작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겸손을 실천하는 하루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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