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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an 13. 2021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윤동주, 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어버렸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어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The Road 

       by Yoon, Dong-ju  


I have lost something.

Not knowing what I have lost

I went out to the road 

With my hands groping in the pockets.    


The road goes on and on 

Along the wall studded with stones by stones    


The wall tightly locks its iron gate,

Casting its long shadow on the road.       


The road leads from morning to evening, 

From evening to morning.     


The reason why I am walking on this road nude of a grass

Is that I am still staying there beyond the wall.     


The only reason why I am living

Is that I am looking for what I have lost.     

(Translated by Choi)


그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시인은 모른다고 합니다. 그 시대의 시인들이 갈망했던 조국이었을까요? 망명 시인의 젊은 가슴속에 잃어버린 조국은 언제나 목의 가시처럼 깊이 박혀있었을 것입니다. 당신은 무엇을 잃어버렸습니까? 사랑을? 청춘을? 의욕을? 희망을? 우리네 삶은 언제나 잃고 사는 것이지요. 마지막 연에서 시인이 말하듯 우리들은 그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들일지도 모릅니다.     


첫 연에서 시인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당혹감에 빠져있습니다. 누구나 그렇지요.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무언가를 잃고 말았다는 감정은 얼마나 당황스러운지요. 그래서 아이처럼 빈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만지작거릴 뿐이죠. 무작정 걸어 나와 만난 길은 정겨운 돌담으로 이어지지만 그 담은 이미 예전의 그 담이 아니었습니다. 낮은 담 너머로 고추 말리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지천으로 익어가던 감나무도 언젠가부터 감을 열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담은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너무도 외롭게 긴 그림자만 남기고 있었습니다. 길을 따라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뒤돌아보아도 끝없이 이어지던 그 담처럼 언젠가 모르게 긴 세월의 그림자만을 보게 될 뿐입니다.    


흙먼지 날리던 그 메마른 길을 계속 걸어갑니다. 그립고 아름답던 모든 기억들은 저 담장 안에 여전히 속삭이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혼자 걷는 이 길의 저 편에, 담장을 넘어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 기억들, 웃음과 울음, 고난과 평화. 그 모든 것들이 담긴 담 너머에 어머니, 아버지, 미소 짓는 친구들, 사랑하던 나의 형제와 누이들. 그들이 나를 기다립니다. 그렇게 걷고 있는 길 위에 외로운 그림자가 날 다라 옵니다. 아! 그 길, 길 따라 쫓아오는 돌 담 그리고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 시인의 여윈 가슴에 깊이 새겨진 그 어둠의 청춘이 왜 이리 목메는 슬픔을 전해주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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