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Feb 06. 2021

죽음은 결코 아무것도 아닙니다.

노벨 이야기

1888년 한 남자가 조간신문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심코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잘못된 기사인 것을 알면서도 그는 자신의 죽음에 관한 신문 기사의 내용에 더 큰 충격을 받았죠. 그 기사의 헤드라인은 “죽음의 상인이 죽다.”(The merchant of death is dead.)였습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습니다. 한 번도 자신이 죽은 후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를 생각지 않던 그에게 그 잘못된 기사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귀중한 계기가 되었던 거죠. 그의 이름은 알프레드 노벨(Alfred Nobel)이었습니다. 스웨덴의 화학자이자 사업가였던 그는 355 개의 특허를 획득한 발명가이기도 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이었죠. 그는 자신의 발명품을 상품화하여 엄청난 재산을 모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날의 오보는 그의 형 루드비히가 프랑스 여행 중 사망한 것을 오인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 사망 기사는 이렇게 덧붙이고 있었습니다. “알프레드 노벨 박사는 과거보다 더욱 빨리,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방법을 찾아내어 부자가 되었다.” 이후 노벨은 자신의 사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도울 길을 찾았고, 1895년 11월 27일, 그는 그의 사후 유산의 상당 부분을 기증해 국적을 불문하고 인류의 삶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노벨상을 수여하는 유언장에 서명하였던 것입니다.      


누구나 이따금 죽음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은 언제나 막연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으로 끝나버리고 말죠. 죽음 뒤에 자신이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를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만 노벨의 경우처럼 그것이 현실로 다가오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죽음 이후 세상의 평가가 죽은 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역사에 악인으로 기록된 많은 이들은 사실 후세의 평가에 전혀 관계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아마도 그의 가족과 후손들만이 그 부끄러운 이름을 감추고 살겠죠.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죽음 이후에 조차도 좋은 이름과 기억을 남기고 싶어 합니다. 그것은 죽음과 삶의 경계에 대한 우리의 불확실한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죽음은 한 인간에게 존재 자체의 상실임을 믿고 싶지 않은 미련 때문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애써 말하는 것입니다.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의 ‘크리스마스 캐럴’(A Christmas Carol) 속의 수전노 스크루지가 친구의 유령을 통해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고 관대하고 따뜻한 마음을 회복한다는 발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죽음 이후의 자신에 대한 평가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 변화할 수 있을까요?     


노벨의 이야기가 삶과 죽음과 인간의 모습에 대한 이러저러한 단상으로 이끈 뒤, 한 편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영국의 교육자였던 해리 스콧-홀랜드(Harry Scott-Holland, 1847~1918)의 ‘죽음은 결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시인은 죽음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합니다. 세상은 여전히 같은 모습이고 우리는 모두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냥 살아있을 때와 똑같이 대해달라고 부탁하죠. 그렇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세상은 돌아가고 어제와 같은 오늘이 펼쳐지겠죠. 그저 잊히는 것만이 서러울 뿐입니다. 그래서 그냥 지금과 마찬가지로 날 기억하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달라는 것이죠. 죽음이 망각의 골짜기로 향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인의 말처럼 지금의 모습으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지금을 따뜻하고 열심히 살아야 될 것 같습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고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기억을 남기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마지막 배려일 것 같으니까요.         


죽음은 결코 아무것도 아닙니다

                 해리 스콧-홀랜드    


죽음은 결코 아무것도 아닙니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저 옆방으로 들어간 것뿐입니다.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죠.      


모든 것이 이전과 그대로입니다.

나는 나, 당신은 당신인 것이죠.

우리가 함께 그렇듯 다정히 살았던 이전의 삶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무엇이었든지 간에 우리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옛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나에 대해 편안하게 말해주세요.

목소리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어쩔 수 없이 엄숙하거나 슬픈 모습을 하지 마세요.     


우리가 함께 즐겼던 작은 농담에 늘 웃음을 터뜨렸듯 그렇게 웃으세요.

놀고, 미소 짓고, 날 생각하고, 날 위해 기도해주세요.

집에서 부르던 내 이름을 예전처럼 그대로 세요.

유령 같은 그림자를 씌우지 말고, 힘들이지 말고 그냥 부르게 하세요.    


삶의 의미는 예전과 그대로입니다.

여전히 똑같을 뿐이죠.

절대적이고 끊이지 않는 연속성이 있는 겁니다.

죽음은 그저 사소한 사고일 뿐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왜 마음에서도 멀어져야 하나요?

아주 가까운 곳에서

저 모퉁이에서

나는 그저 당신을, 막간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모든 것이 좋습니다.

어떤 것도 다치지 않았고, 어떤 것도 잃지 않았습니다.

짧은 한 순간, 모든 순간들이 이전과 같을 겁니다.

우리 다시 만나는 날 이별의 아픔에 웃음을 터뜨리겠죠!    


Death is Nothing at All

               by Harry Scott-Holland     


Death is nothing at all.

It does not count.

I have only slipped away into the next room.

Nothing has happened.     


Everything remains exactly as it was.

I am I, and you are you,

and the old life that we lived so fondly together is untouched, unchanged.

Whatever we were to each other, that we are still.         


Call me by the old familiar name.

Speak of me in the easy way which you always used.

Put no difference into your tone.

Wear no forced air of solemnity or sorrow.     


Laugh as we always laughed at the little jokes that we enjoyed together.

Play, smile, think of me, pray for me.

Let my name be ever the household word that it always was.

Let it be spoken without an effort, without the ghost of a shadow upon it.       


Life means all that it ever meant.

It is the same as it ever was.

There is absolute and unbroken continuity.

What is this death but a negligible accident?     


Why should I be out of mind because I am out of sight?

I am but waiting for you, for an interval,

somewhere very near,

just round the corner.     


All is well.

Nothing is hurt; nothing is lost.

One brief moment and all will be as it was before.

How we shall laugh at the trouble of parting when we meet again!         

매거진의 이전글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무를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