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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Feb 07. 2021

가진 것 놓고 싶지 않은 죄

김용택, 죄

          김용택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지겠고    


무겁고 깨질 것 같은 그 독을 들고 아둥바둥 세상을 살았으니

산 죄 크다    


내 독 깨뜨리지 않으려고

세상에 물 엎질러 착한 사람들 발등 적신 죄

더 크다    


A Crime

     by Kim, Yong-taek    


It may be too heavy to lift up

It may be easily broken when I put it down.       


Holding the heavy and fragile jar, I have desperately lived in this world.

It is too big a crime to live.     


Not to break my jar

I spilt the water to the world and made wet the feet of the innocent people.

It is a bigger crime.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을 놓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인지상정이죠. 그런데 가끔 가지고 있는 것이 자신의 능력에 비해 과한 경우도 있습니다. 운이 좋아서 이거나 혹은 누군가의 것을 좋지 않은 방법으로 가로챈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들고 있는 것이 무거워지는 겁니다. 권력이든 재력이든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내려놓으려니까 아까운 그것이 모두 사라져 버릴까 걱정됩니다. 그래서 무거운 그것을 들고 아등바등 살아갑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는 것을 구실로 삼아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 들고 있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굳이 그것을 떨어뜨려 깨뜨리겠습니까?     


그러나 들고 있던 그 물동이가 점점 더 무거워지면 슬쩍 물을 흘립니다. 물동이만 있으면 언제든 물은 다시 채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무심코 쏟은 물에 지나치는 사람이 발을 적시고 마네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조금 가벼워진 항아리를 들고 돌아서는 내 뒤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그건 죄야.” 그제야 깨닫습니다. 그냥 쏟지 말고 차라리 목마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걸 그랬다고 말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죄에 대한 회개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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