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Feb 17. 2021

다른 이의 신발을 신어 보세요.

래스랩, ‘너그러이 판단하세요’

24세의 청년이 아버지와 함께 기차에 타고 있었습니다. 차창 밖을 내다보던 청년이 소리쳤어요. “아버지, 보세요. 나무들이 뒤로 가고 있어요.” 청년의 말에 아버지는 가만히 미소 지었죠. 하지만 앞좌석에 앉았던 젊은 부부는 청년의 아이 같은 행동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잠시 뒤 또다시 청년이 들뜬 목소리로 말합니다. “구름이 우리와 함께 가고 있어요!” 부부는 마침내 청년의 아버지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드님을 좋은 의사에게 데려가 보시지요.” 그러자 아버지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병원에서 막 나오는 길이에요. 저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보지 못했어요. 병원에서 안과 수술을 받고 오늘 퇴원하는 길이랍니다. 이제 앞을 볼 수 있게 되었거든요.”     


우리는 각자 누구도 알지못하는 자신만의 사정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함부로 판단하고 생각 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이 타인에 대해 얼마나 배려가 없는 사람인가를 드러낼 뿐이기 때문입니다. 내게는 너무도 당연하고 하찮은 것일지라도 남에게는 중요한 일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주 오래전 대학생 시절, 저는 한 여자 선배를 방송국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났습니다. 그녀는 그 방송국의 아나운서로 취직하여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있었죠. 친하게 지냈던 터라 아무 생각 없이 저는 이렇게 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선배, 아직도 그 코트를 입고 다녀요? 새 것 좀 하나 사!” 엘리베이터 안에는 우리 말고도 서너 사람이 더 타고 있었습니다. 아차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선배의 얼굴을 스친 당혹감의 표정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지 못합니다. 그저 반가움의 표현이었고, 학생 때처럼 스스럼없는 행동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건 정말 아니었습니다. 그 선배와 나는 그 후에도 몇 차례 만났고, 우린 그날의 일에 대해 한 번도 말해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갓 회사에 입사한 젊은 여성이 다른 사람들도 있는 데서 그런 말을 들었을  느꼈을 당황스러움은 늘 내 마음에 무겁게 남아있습니다. 사소한 실수일수도 있지만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어린 시절의 어리석은 행동이었요. 그런데 나이가 든 지금도 여전히 그런 실수들을 계속하고 있으니 나이가 현명함을 주는 것은 결코 아닌 모양입니다.      


영어에서는 남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얘기를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 보라’(Put yourself in someone’s shoes.)라고 말합니다.’ 미국의 격언이기도 한 이 표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혹자는 미국의 여류 시인이자 감리교 설교자이기도 했던 메리 토란스 래스랩(Mary Torrans Lathrap (1838~1895)이 쓴 시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합니다. 시의 원래 제목은 ‘너그러이 판단하세요’(Judge Softly)였지만, 이후에는 시 속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로 더 알려지게 되었죠. 그것은 ‘모카신을 신고 일 마일을 걸어보세요.’(Walk a Mile in His Moccasins)라는 구절입니다. 모카신은 북미의  인디언들이 신고 다니던 굽이 없는 구두를 말합니다. 그 표현이 ‘신발’로 바뀌어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녀의 시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기도해요. 다리를 절거나

비틀거리며 길을 가는 그 사람을 지 마세요.

그가 신고 있는 모카신을 신어본 적이 없다면,

그가 지고 있던 같은 짐을 고 비틀거려 본 적이 없다면.      


보이지는 않지만

발바닥이 아파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죠.

그가 지던 짐을 당신의 등에 올리면

당신 역시 비틀거리다 넘어질지도 몰라요.      


오늘 넘어진 사람을 비웃지 마세요.

그를 쓰러지게하고

넘어진 그만이 알고 있는 수치감을 느끼게 한

그런 타격을 받아본 적이 없다면.

.............     

그의 모카신을 신고 일 마일을 걸어 보세요.

당신보다 앞섰던 사람들이 당신에게 가르친 인간에 대한 교훈을 기억하세요.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삶에 남긴 흔적, 우리의 친절과 관대함으로 판단받게  되는 것이니까요.      


시간을 들여 그의 모카신을 신고 일 마일을 걸어 보세요. “    


“Judge Softly”

       by Mary Torrans Lathrap    


“Pray, don’t find fault with the man that limps,

Or stumbles along the road.

Unless you have worn the moccasins he wears,

Or stumbled beneath the same load.    


There may be tears in his soles that hurt

Though hidden away from view.

The burden he bears placed on your back

May cause you to stumble and fall, too.    


Don’t sneer at the man who is down today

Unless you have felt the same blow

That caused his fall or felt the shame

That only the fallen know.

...............    

Remember to walk a mile in his moccasins

And remember the lessons of humanity taught to you by your elders.

We will be known forever by the tracks we leave

In other people’s lives, our kindnesses and generosity.    


Take the time to walk a mile in his moccasins.”


남의 불편한 신발을 신어본 적이 없다의 걸음을 비웃거나 조롱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의 삶이 나의 삶과 다르다면, 그의 고통을 자신이 직접 겪어보지 못했다면, 결코 상대의 아픔을 헤아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같은 고통을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의 삶에 공감하고, 그들의 신을 신고 걸어볼 수는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왜냐면  우리의 삶은 그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는 세상에서 나만이 행복하게 살 수는 없을  테니까요? 잠깐이라도 그의 신을  신고 걸어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성공이란 무엇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