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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Feb 21. 2021

어디서부터 사랑일까?

이애경,  빛과 그림자

어디서부터 사랑일까

                 이애경     


안 보이면

걱정될 때부터

사랑일까    


보고 있을수록

걱정될 때부터

사랑일까    


네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부터

사랑일까    


너에게 시선도 못 주고

네 옆을 재빨리 지나갈 때부터

사랑일까    


하루에도 몇 번씩

네가 생각날 때부터

사랑일까    


머릿속에서 떨쳐 내려고

애쓰는 때부터

사랑일까    


너를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때부터

사랑일까    


너를 꼭꼭 숨겨 놓고

나만 보고 싶을 때부터

사랑일까    


네 생각에

마음이 따듯해지는 것이

사랑일까    


네 생각에

마음이 아파오는 것이

사랑일까    


네가 무엇을 하던

용서될 때부터

사랑일까    


조금만 서운하게 해도

네가 지독히 미울 때부터

사랑일까    


From when love begins?

                  by Lee, Ae-kyong    


Does love begin

At a time when I worry

Because you are out of sight?     


Does love begin

At a time when I worry

Even if I can see you?    


Does love begin

At a time when I step toward

The place where you are?     


Does love begin

At a time when I quickly pass by you

Not even giving you a look?     


Does love begin

At a time when I am reminded of you

Many times a day?     


Does love begin

At a time when I struggle to

Push you away from my mind?     


Does love begin

At a time when I like to

Boast of you to others?     


Does love begin

At a time when I try to

Hide you only for me?     


Does love begin

At a time when my heart gets warm

Thinking of you?     


Does love begin

At a time when my heart aches

Thinking of you?    


Does love begin

At a time when I can forgive you

Whatever you do?    


Does love begin

At a time when I hate you so much

Because you put me down even a bit?    


사랑은 참 묘한 것이죠. 사랑에 빠지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고 무슨 일을 해도 즐겁고 신나기만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시간은 어찌 그리 빨리 지나가는 지요. 하루 종일 설레고 마치 꿈꾸듯 황홀한 세상과 마주하게 됩니다. 밤새 그리워 뜬 눈으로 지내는 것도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아오면 또다시 사랑하는 그 사람과 만나 그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있으리라 뛰는 가슴을 멈출 길이 없습니다. 사랑은 그렇게 천국이 됩니다.     


하지만 사랑은 또 왜 그리 불안한지요.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은 참 순식간이죠. 행복한 기억도 잠시 사랑을 잃을까 조바심치는 그 날은 대낮도 한밤중 같고, 하루 종일 안절부절 암담한 마음에 불길한 생각만 오락가락힙니다. 그러다가 저 멀리 사랑하는 그 사람이 옅은 미소라도 보내오면 또다시 세상은 천국이 됩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지만 마치 어제처럼 그 느낌이 생생히 살아납니다. 이해영 시인의 시 덕분입니다. 옛 노래 가사처럼 사랑은 ‘빛과 그림자’였죠. 다시 그 사랑의 설렘은 찾을 수 없겠지만 그 설렘의 기억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제 미움보다는 용서할 만큼 마음은 커졌지만 사랑은 좁고 불안한 마음속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사랑은 옛사람들의 말처럼 ‘병’(病)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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