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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03.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20)

나의 다른 얼굴

Underface

 by Shel Silverstein     

Underneath my outside face

There's a face that none can see.

A little less smiley,

A little less sure,

But a whole lot more like me     

나의 겉 얼굴 아래에 

아무도 볼 수 없는 얼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덜 웃고,

덜 확실하지만 

훨씬 더 나와 닮았지요. (셸 실버스타인의 ‘나의 다른 얼굴’)    


  우리에게는 늘 숨기고 싶은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이 있어요. 나만 아는 그 얼굴은 때론 부끄럽고 때론 추악해 보여서 감추지 않을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린 가끔 그 모습의 일부라도 들키게 되면 당황하고, 분노하고 심지어 좌절합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연극이 유일한 오락이었어요. 그래서 커다란 원형 극장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대형 가면을 쓰고 연기를 했죠. 멀리 떨어진 관객들이 그들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였어요. 그 가면은 배우들의 감정을 나타내기도 하고 그들의 신분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 가면을 ‘페르소나’(persona)라고 불렀어요. 20세기에 독일의 심리학자 카를 융은 그 용어를 빌려다가 인간의 ‘외적 인격’이라는 의미로 사용했죠. 융에 따르면 인간은 백 개의 가면을 들고 다닌다고 해요. 일상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의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죠. 집안의 가장도 남편으로서의 가면과 아버지로서의 가면을 번갈아 써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겉으로 드러난 가면의 아래에 우리의 내면이라는 또 다른 인격이 존재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왜 꼭 숨겨야 하는 추한 모습이어야 하는 걸까요. 인간은 누구나 본능적인 약점이 있고 고쳐야 할 습관과 어리석음이 있기 마련인 거죠. 숨기고 감추는 것보다는 스스로 그 내면의 숨은 얼굴을 더 아름답게 가꾸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람들은 모두 다 비슷하니까요. 나와 더 닮은 모습이라면 더 소중한 얼굴이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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