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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03. 2021

비가 되어 찾아온 그리움

비와 그리움 그리고 행복

비와 그리움 그리고 행복

                                     임희선

어제는

그리운 이가

비가 되어 찾아왔습니다.     


그저 보고 싶다

바람 없이 톡톡

안부를 물어왔습니다.    


한 방울 두 방울

젠틀하고 부드럽게

다독다독 찾아들었습니다.     


하나 둘 다독임에

어깨가 들썩이니

그리운 이들이 줄줄이 찾아왔습니다.     


어제는 그렇게 하루 종일

그리운 이들을 모두 만나니

그리움이 차츰 행복으로 번져갔습니다.     


오늘 아침

그리운 이들 모두

무사히 제자리로 갔나 봅니다.     


햇살 가득한

옥상 텃밭 찾으니

마늘이 훌쩍 자라 있습니다.     


어제 찾아온 그리운 이들이

나의 아침 걸음을

알아차린 모양입니다.     


초록빛 마늘잎에

행복 한 줌 넉넉히 뿌려놓고

그들이 떠났나 봅니다.    


마늘잎에 남겨둔

그들의 자상한 배려에

나의 시작은 따스한 행복입니다.      


Rain, Longing and Happiness

                   by insaengwriting     


Yesterday

One I had longed for

Being raindrops, came to me.     


‘I just miss you.’

With casual, windless pats

Raindrops asked after me.      


Drop by drop,

Gently and softly

Raindrops fell upon me consolingly.     


Their pats, one by one

Made my shoulder move up and down

And those I had longed for came to me in a row.    


Yesterday, all day long,

I met them all I had longed for

And happiness gradually permeated into my longing.       


This morning

All those I had longed for

Seemed to return to their places safe and sound.     


Up in my sunshine kitchen garden

At the rooftop

Garlics have already fully grown.     


Those who came yesterday into my longing

Might have sensed

My walk in the morning.     


Perhaps they had spread a handful of happiness

On the green garlic leaves

Before they left.     


For their benign care

Left on garlic leaves

My beginning is in warm happiness.     


감각적인 시였습니다. ‘insaengwriting’이라는 필명을 쓰시는 어떤 브런치 작가님의 시는 제게 상큼한 수채화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리운 이가 어제 내린 비로 치환되고, 이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그리운 이들을 기억 속에, 마음속에 불러들입니다. 그 소리에 길게 이어져온 향수(鄕愁)를 위로받고 그리움은 행복이 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 텃밭에 부쩍 자란 마늘잎을 보며 비 되어 왔던 그리운 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떠올립니다. 그렇게 행복 속에서 새날의 시작을 맞습니다. 제목에서 열거된 비와 그리움과 행복이 텃밭의 마늘잎을 매개로 하나가 됩니다. 굳이 시적 구성을 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마음속 기억을 사랑과 위로와 행복으로 끌어안으려는 작가의 시도가 너무 아름답고 순수하게 느껴지고 있음입니다.        


브런치 글밭에는 참 다양한 글들이 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함부로 언급하는 것이 실례가 된다면 용서하십시오. 이지현 시인님은 말석의 영문학자 인 제가 보기에도 놀라운 문재(文才)를 지니신 분이셨습니다. 게다가 음식과 건축에 대한 그분의 안목과 식견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이 시인의 시는 제가 아는 어떤 외국의 시보다도 사물에 대한 감성과 표현이 뛰어났습니다. 그분의 시를 계속 읽고 싶을 뿐입니다. 안신영 작가님은 등단하신 수필가이시지만 시를 사랑하십니다. 그분이 시심(詩心)을 놓지 않으시고 시에 대한 사랑을 이어가신다면 브런치의 글들은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글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알아가는 제 자신을 보며 놀라고 있습니다. 어떤 시나 글도 제 나름의 의미와 감동을 실어 나르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제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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