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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17. 2021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았겠습니까?

박경리, 세상을 만드신 당신께

세상을 만드신 당신께 

               박경리     


당신께서는 언제나 

바늘구멍만큼 열어주셨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았겠습니까     


이제는 안 되겠다 

싶었을 때도 당신이 열어주실 

틈새를 믿었습니다 

달콤하게 

어리광 부리는 마음으로     


어쩌면 나는 

늘 행복했는지 

행복했을 것입니다 

목마르지 않게 

천수(天水)를 주시던 당신 

삶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To You, the Creator of the World

                        by Park Kyong-ri    


You always had a pinhole open. 

Otherwise 

How could I have kept on living?     


Even when everything seemed to end

I believed in a crack 

You would make, 

Sweetly 

Like a child.     


I may have been always happy,

Or must have been so.

To quench my thirst

You always gave me heaven’s water.

Life was really beautiful.      


바늘구멍 하나로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그분이 열어놓으신 그 작은 틈으로 새어든 가는 빛줄기 하나에 의지하고 갈라진 틈으로 스며드는 몇 방울의 물로 목을 축인 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요? 매 순간 엄마에게 매달리는 갓난아이처럼 모든 것을 당신께 맡기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거센 바람이 불고 억수 같은 비가 내려도 우린 이곳에 이렇게 서있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그래서 행복합니다.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인생은 아름다웠죠. 나약한 우리를 지탱한 그 어떤 절대의 힘에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미국의 여류시인 패런토(Kathy J. Parenteau)는 늘 쉬운 언어로 우리의 삶에 새로운 힘과 통찰을 줍니다. 박경리 선생의 시를 읽으며 떠올린 그녀의 시 ‘강한 참나무’는 시련 속에서도 살아야 하는 우리의 모습이기를 바랍니다.     


Mighty Oak

       by Kathy J Parenteau     


Stand tall, oh mighty oak, for all the world to see.

Your strength and undying beauty forever amazes me.

Though storm clouds hover above you,

Your branches span the sky

In search of the radiant sunlight you

Count on to survive.

When the winds are high and restless and 

You lose a limb or two,

It only makes you stronger.

We could learn so much from you.

Though generations have come and gone

And brought about such change,

Quietly you've watched them all,

Yet still remained the same.    

I only pray God gives to me 

The strength he's given you

To face each day with hope, 

Whether skies are black or blue.

Life on earth is truly a gift.

Every moment we must treasure.

It's the simple things we take for granted

That become our ultimate pleasures.     


강한 참나무 

       캐시 패런토    


오 강한 참나무, 온 세상이 볼 수 있게 우뚝 서있구나 

너의 힘과 변치 않는 아름다움에 나는 늘 놀랄 수밖에.

폭풍우 구름이 머리 위를 감돌아도 

가지를 하늘에 뻗고 

빛나는 햇살을 찾아 

살아남은 너.  

바람이 거세게 몰아쳐 

한 두 개 팔다리를 잃어도 

너는 단지 강해질 뿐. 

네게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운다. 

수많은 세월이 가고 또 와도,

세상 모든 것이 변할지라도 

그저 조용히 모든 것을 지켜볼 뿐,

여전히 변치 않고 그 자리에 있는 너. 

하나님께 기도한다. 

하늘이 검던 푸르던 

하루하루를 희망으로 맞이하는 

너의 힘을 내게도 주시기를. 

이 땅 위의 삶은 선물이어라. 

매 순간을 소중히 할지니

당연한 것으로 여긴 작은 것들이 

궁극의 기쁨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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