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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18. 2021

3월의 봄 인사

안신영, 봄비

봄비

      안신영     


사르륵 사르륵

등 뒤로 살며시 다가와

가만히 안아주는 이처럼

봄비는 보슬보슬 어루만지듯

붉은 흙에 부드러이 입맞춤을 합니다.     


붉은 흙은 님을 만난 듯 반가이

깊게 깊게 온 몸을 적십니다.

갓난아기 엄마 젖을 힘껏 빨아

배불리 듯 흥건하게 적신 가슴을

속 깊이 부풀리며 새 봄을 밝힙니다.     


하얀 꽃, 노란 꽃, 분홍 꽃

윤기 나는 연초록 새 잎으로 세상을 만나도록

마치 아기에게 젖을 물린 엄마의 느긋한

미소로 흐뭇하게 살뜰히 바라봅니다.

사르륵 사르륵    


어느새 봄비는 새를 부르고

꽃을 불러 환한 봄 세상을 만듭니다.

사람들은 흥겨운 마음 되어

봄비 속에 두 팔 올려 만세 부르듯

미소에 화답하듯 하늘을 바라봅니다.     


Spring Rain

        by Ahn, Shin-young     


Softly, softly

Coming to my back quietly

Hugging me silently

Spring rain touches gently

And kisses the red earth tenderly.      


The red earth gets drenched deeply

As if it met its sweetheart joyfully.

Just as a baby is at suck, satiated,

So the earth swells with its soaked breast

And rejoices in fresh spring with its whole heart.     


With a happy smile of a mother

Who gives her breast to a baby

I lovingly look at the flowers, white, yellow, pink

Wishing them to greet the world with green vernal leaves.  

Softly, softly.      


Soon spring rain calls birds

And flowers to make the world of bright spring.

People in delight

Put their hands up like a hurrah

And, smiling back, look up to the sky.     


어느새 봄이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포근한 햇빛, 부드러운 바람으로 파도마저 잠재우고 그렇게 왔습니다. 오늘 친구와 함께 강릉의 안목항과 남항진을 연결한 솔바람 다리를 걷고 왔습니다. 많이 얇아진 옷인데도 어느 순간 더운 느낌까지 들었어요. 세상에! 계절은 너무 은밀하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마음에는 겨울이 남아있는 것 같은데...     


눈 대신 봄비가 내리겠죠. 비와 붉은 흙, 연녹색 잎사귀와 꽃과 새, 흥에 겨운 사람들까지. 이만하면 봄은 모든 걸 다 가진 셈이네요. 새봄을 맞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지 않나요? 봄비의 입맞춤에 깨어난 대지는 돌아온 님을 만난 듯, 엄마 젖으로 배 불린 아이처럼, 행복함으로 흠뻑 젖어들었어요. 그리고 봄비로 돌아온 새와 꽃들을 사랑의 눈길로 바라봅니다. 봄에 취한 사람들마저 봄의 미소에 마주 미소 지으며 두 손 들어 하늘과 인사합니다. 봄처럼, 봄비처럼 따뜻하고, 촉촉한 시입니다. 봄비를 가슴에 안은 마른땅처럼 여러분의 마음에 계절의 환희가 가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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