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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20. 2021

그도 달릴 수 있었다!

장애아들을 둔 한 아버지의 이야기

장애학생을 위한 한 학교에서 후원금을 모집하는 모임을 열었습니다. 그날 그 학교 학생의 아버지 한 사람이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연설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그는 먼저 한 가지 질문으로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외부적 영향으로 방해받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가게 되어있죠. 하지만 제 아들은 다른 아이들처럼 배우지 못하고, 다른 아이처럼 상황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제 아들에게 자연의 순리는 없는 걸까요?”     


사람들은 그의 질문에 숨을 죽였습니다.     


“제 아들 같이 육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진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도, 그 아이가 인간의 진정한 본성을 이해할 기회는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 아이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있죠.”          


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와 그의 아들 샤이는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아이들이 야구를 하고 있었죠. 그의 아들이 물었습니다.     


“쟤들이 나도 경기에 끼어줄까요?”     


아버지는 아이들이 결코 샤이를 경기에 넣어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샤이가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아들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소속감과 자신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버지는 벤치에 있던 한 아이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아들을 경기에 끼어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솔직히 별로 기대는 없었습니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의 의견을 구하듯 주위를 한 번 돌아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 팀이 6점을 지고 있거든요. 지금 8회 말이니까, 9회 때 출전하면 돼요.”      


샤이는 힘겹게 팀의 벤치로 다가가 환한 미소로 야구 셔츠를 입었습니다. 아버지는 눈물을 참지 못했고, 가슴에 무언가 뜨거운 것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경기 중이던 아이들은 그런 아버지의 눈물과 감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8회 말, 샤이의 팀이 몇 점을 추가하였지만 여전히 3점을 뒤지고 있었습니다. 9회가 되자 아들은 글러브를 끼고 오른쪽 필드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타자들의 공이 그에게 오지는 않았지만 아들은 경기에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흥분을 느끼는 듯했습니다. 웃음이 입에 걸린 아들에게 아버지는 스탠드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죠. 9회 말, 샤이의 팀이 다시 점수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투아웃에 만루 찬스를 얻게 되었습니다. 안타 하나면 경기를 뒤집을 수 있게 되었죠. 공교롭게도 다음 타석은 샤이의 차례였습니다.     


이 순간, 아이들이 샤이에게 타석을 맡길까? 초조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에 배트를 든 아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샤이가 결코 공을 쳐낼 수 없을 것임을 알고 있었죠. 야구 배트를 들어본 적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아들이 타석에 들어선 순간, 투수는 상대팀이 경기를 포기하고 샤이에게 타자로서 생애의 첫 순간을 주고자 한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는 타석 쪽으로 몇 걸음 다가와 약하게 공을 던졌습니다. 샤이가 공을 맞추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샤이는 서툴게 배트를 휘둘렀지만 공을 맞추지는 못했습니다. 그러자 투수는 더 가까이 다가가 두 번째 공을 던졌죠. 아들의 배트에 공이 맞았고, 바로 투수 앞으로 굴러갔습니다.     


이제 경기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투수는 발아래 공을 집어 일루수에게 던져주기만 하면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투수는 공을 집자 일루수의 머리 위로 공을 날렸습니다. 스탠드의 모든 사람과 두 팀의 선수들 모두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샤이, 달려, 일루로 달리라고!” 그의 평생 그렇게 먼 거리를 달려본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이는 일루에 도착했죠.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으로 일루 베이스를 밟았습니다.       


모두들 다시 소리쳤습니다. “이루로 달려! 이루로!” 숨을 헐떡이며 샤이는 이루를 향해 달렸습니다. 베이스에 거의 도착할 무렵 우익수가 공을 받았어요. 팀에서 가장 어린 선수였습니다. 그가 이루수에게 공을 던져 샤이를 태그 하게 하면 경기는 끝나게 되어 있었죠. 한데 그 어린 선수도 투수의 의중을 알아챘습니다. 그리고는 짐짓 공을 삼루수의 머리 위로 던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샤이는 죽어라 하고 이루로 뛰었고, 앞의 주자들은 모두 홈으로 들어왔습니다.      


모두들 환호했죠. “샤이, 샤이, 샤이!” 상대팀의 유격수가 샤이를 삼루 쪽으로 뛰도록 유도했습니다. “삼루로 뛰어, 샤이!” 샤이가 삼루에 도착하자 다시 함성이 들렸습니다. “홈으로!”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샤이를 응원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그날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두 팀의 어린 선수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들이 이 세상에 진정한 사랑과 인간애를 가져다주었다고 말입니다. 샤이는 다음번 여름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 해 겨울 세상을 떠났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팀의 영웅이 되었고, 아버지의 행복한 모습을 보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가 눈물 속에서 자신을 안아주었던 그 날의 기억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는 그날의 작은 영웅이었죠!     


원전 : 파이삭 크론(Rabbi Paysach Krohn), 유대교 랍비, 작가, 강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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