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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19. 2021

모두에게 손을 내미세요

쥐덫 이야기,작자미상의영시

시골 농가에 쥐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쥐는 벽의 갈라진 틈을 통해 농부와 그의 아내가 커다란 상자를 열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쥐는 무언가 새로운 먹을거리가 생겼나 싶어 마음이 설렜습니다. 하지만 곧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들이 상자에서 꺼낸 것은 커다란 쥐덫이었기 때문입니다. 마당으로 나온 쥐는 주변을 향해 큰 소리로 경고했지요.     


“집에 쥐덫이 있어요. 집 안에 쥐덫이 있다고요!”     


농부가 키우던 닭이 닭장에서 고개를 빼고 쥐의 얘기를 듣다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네게는 심각한 문제지만, 내겐 별로 중요하지 않아. 내가 쥐덫에 걸릴 일이 있겠니?”      


쥐는 돼지에게로 달려가 쥐덫에 대해 말했죠. 돼지는 쥐를 동정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어쩌면 좋니! 너무 걱정되겠구나. 하지만 내가 도울 일이 없어. 기도할게. 내 기도로 넌 꼭 무사할 거야.”     

쥐는 소에게 달려가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러자 소는 냉정하게 말했어요. 

“내가 알 바가 아니야.”     


쥐는 고개를 숙이고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홀로 쥐덫에 맞서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무언가 쥐덫에 걸린 듯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농부와 그의 아내가 서둘러 나가 보았죠. 그들이 놓은 쥐덫에 잡힌 것은 독사의 꼬리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농부의 아내는 독사를 보지 못했고, 결국 그녀는 성난 독사에게 물리고 말았습니다. 농부는 서둘러 아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죠. 치료를 받고 돌아온 아내는 여전히 높은 열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닭죽으로 아내의 기력을 돋우어야겠다고 생각한 농부는 커다란 칼을 들고 닭장으로 향했습니다. 닭죽을 위해 필요한 것이 거기에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남편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병세는 호전되지 못했어요. 이웃의 친구들이 수시로 병문안을 왔습니다.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농부는 키우던 돼지를 잡아야 했습니다. 얼마 후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내는 회복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장례식에 많은 조문객들이 몰려들었고, 농부는 마침내 소를 잡아 그들을 위한 음식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벽의 갈라진 틈 사이로 홀로 남겨진 쥐는 이 모든 일들을 슬픔 속에서 지켜보았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어려움과 불행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사실 남의 고통을 나의 고통처럼 느끼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서툰 말로 위로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충분한 여유가 있으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내 코가 석자’인 일상에서 그것도 여의치가 않습니다. 학창 시절, 학교 앞 고등어구이 집에서---그때는 ‘고등어구이를 ’고갈비‘라 불렀죠.---  소주잔을 기울이며 우리는 삶이니 예술이니 하는것들에 대해 청춘의 호기로 열변을 토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선배가 했던 말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난 부자가 되고 싶어. 돈을 많이 벌 거야.”

“선배, 그게 무슨 소리예요. 물질이 어찌 정신을 앞설 수가 있는 거죠?”     


“난 그래도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

“그 돈으로 뭘 하려고요!”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 우리 아버지, 어머니... 평생 고생한 그분들에게 드리고 싶어. 나 때문에 대학을 포기한 우리 누나, 내 동생들... 돈이야, 돈! 난 돈을 벌어야 해. 나는 꼭 부자가 될 거야.”       


담담하지만 단호하게, 중얼거리듯 말하는 그 선배의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아 주고 싶습니다. 돈만으로 그럴 수 있으리라고는 절대로 믿지 않습니다. 그런데 무엇으로 그들을 위로하고 도울 수 있을까요? 위로의 말, 용기가 되는 말, 사랑한다는 말, 그리고 기도... 그것으로 진정 그들은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을까요? 지금도 풀리지 않는 저의 의문입니다. 그러나 우화 같은 위의 글에서 우리에게 전하는 한 가지 이야기는 ‘그들의 고통이 나와 전혀 관계없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삶이라는 여정을 같이 하는 사람들, 그들의 어려움을 못 본 채 나 홀로 걸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작자미상의 영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손을 내미세요

             작자미상     


힘든 노역의 삶 속에서

서로에게 손을 내미세요. 

힘없는 형제를 만나면 

삶의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도웁시다.

아무리 부유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차례가 되면 선뜻 힘을 빌려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오늘 가난한 사람의 운명이 

내일 당신의 것이 될 수 있답니다.      


서로에게 손을 내미세요. 

당신의 형제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어두운 의심의 눈초리가 향한다 해도

서둘러 돌을 던지지 마세요. 

아무리 선량한 사람이라도 

수치와 슬픔 속에서는 헤맬 수밖에 없으니까요.    


서로에게 손을 내미세요. 

영예의 왕관을 차지하려는 경쟁에서

당신의 형제가 승리했다 해도

질투로 그것을 부수려 하지 마세요. 

기쁨 속이나 슬픔 속, 어디에 있더라도

모두에게 손을 내밀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그들이 얻은 행운이 

내일 우리의 것이 될 수 있으니까요.         


Lend a Hand 

          Anonymous      


Lend a hand to one another

In the daily toil of life;

When we meet a weaker brother,

Let us help him in the strife.

There is none so rich but may, 

In his turn, be forced to borrow;

And the poor man's lot to-day

May become our own to-morrow. 


Lend a hand to one another:

When malicious tongues have thrown

Dark suspicion on your brother,

Be not prompt to cast a stone.

There is none so good but may

Run adrift in shame and sorrow.    


Lend a hand to one another:

In the race for Honor's crown;

Should it fall upon your brother,

Let not envy tear it down.

Lend a hand to all, we pray,

In their sunshine or their sorrow;

And the prize they've won today

May become our own 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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