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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22. 2021

헐벗은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

복효근: 겨울 숲, 예이츠 : 옛 친구들

겨울 숲 

         복효근    


새들도 떠나고

그대가 한 그루

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 때

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

아무도 이 눈보라 멈출 수 없고

나 또한 그대가 될 수 없어

대신 앓아줄 수 없는 지금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눈보라를 그대와 나누어 맞는 일뿐

그러나 그것마저 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보라 그대로 하여

그대 쪽에서 불어오는 눈보라를 내가 견딘다

그리하여 언 땅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얽어 쥐고 체온을 나누며

끝끝내 하늘을 우러러

새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보라 어느샌가

수많은 그대와 또 수많은 나를

사람들은 숲이라 부른다    


A Winter Forest 

            by Bok, Hyo-geun     


Birds, too, have left.  

When you are swaying  

As a naked tree

I will stand by you, equally naked.  

Nothing can stop this snow storm 

Nor do I become you 

And be sick for you.

Now, all I can do is 

Stand against this snowstorm with you. 

But that isn’t only for you.

See, you being here, 

I can endure the snow storm blowing from you.

Deep in the frozen land

Our roots are intertwined, sharing warmth.

While looking up to the sky 

And waiting for the birds to return

See, all of a sudden,

People call us, so many you-s and me-s

A forest.     


겨울 숲에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헐벗은 나무는 이미 떠나버린 새들을 기다리며 눈보라를 견딥니다. 하지만 그 나무는 외롭지 않습니다. 숲에는 똑같이 헐벗은 나무가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찬바람이 불고 얼어붙은 눈발이 채찍처럼 몸을 휘감아도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그 나무는 흔들릴 뿐 결코 넘어지지 않습니다. 옆의 친구가 그를 바라보며 응원하기 때문이죠. 서로의 고통을 대신할 수는 없어도 겨울 숲의 두 나무는 언 땅 깊이 박힌 서로의 뿌리를 보듬으며 온기를 나누죠. 그렇게 겨울 숲은 사랑으로 따뜻해집니다.    


겨울 숲은 우리의 세상입니다. “겨울이 따뜻했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작은 생명들을 먹이던 그 겨울.” 엘리엇의 시구처럼 우리의 세상, 겨울 숲은 따뜻합니다. 비록 비바람 눈보라로 흔들리고, 헐벗은 온몸으로 한기를 받아들여도 세상은 그다지 외롭지 않습니다. 함께 나눌 가슴이 있고, 위로받고 위로할 친구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 옛 친구를 좋아합니다. 오랜만에 만나도 여전히 오래 전의 나를 기억해주는 그런 친구. 그 겨울 숲 같던 젊음의 좌절과 고뇌 속에서도 함께 어울려 웃고 울었던 친구 말입니다. 그 친구가 오늘 유난히 그립습니다. 그 친구만이 우리의 찬란했던 젊음을 기억할 테니 말입니다.     


Old Friends

            by William Butler Yeats    


Though you are in your shining days,

Voices among the crowd

And new friends busy with your praise,

Be not unkind or proud,

But think about old friends the most:

Time's bitter flood will rise,

Your beauty perish and be lost

For all eyes but these eyes.      


옛 친구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가장 빛나는 순간에도 

군중의 목소리와 

새 친구들이 당신을 찬양하느라 분주해도, 

무례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옛 친구를 가장 먼저 생각하기를. 

세월의 시린 물결이 넘치면 

당신의 아름다움 사라져 

옛 친구 말고는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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