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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27. 2021

살다 보면 살아지지요.

강월도, '이 세상에 없는 필수품 다섯 가지'

이 세상에 없는 필수품 다섯 가지 

                        강월도     


이 세상에는 

도망쳐 숨을 곳이 아무 데도 없데요.     


이 세상에는 

돌이킬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데요.     


이 세상에는 

편히 쉴 곳이 마땅치 않데요.     


이 세상에는 

사랑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데요.     


이 세상에는 

사는가 죽는가, 선택의 여지가 없데요.    


Five Necessities Found Nowhere in This World 

                                 by Kang, Wol-do     


They say;    


In this world

There is no place where you can run away and hide.     


In this world

There is nothing to undo.    


In this world

There is nowhere to take some rest.     


In this world 

There is no one to love.     


In this world 

There is no choice between life and death.    


세상이 이렇게 험난한 곳이었나요? 숨을 곳, 쉴 곳 하나 없는 삭막한 곳이었나요? 사랑할 사람도 없고, 한 번 한 일은 전혀 되돌릴 수 없단 말인가요? 마지막 것은 인정할 수 있습니다. 삶과 죽음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시인의 표현을 잘 보아야 했네요. 그는 구절마다 ‘~ 없데요’라고 쓰고 있습니다. 자신의 얘기가 아니었어요. 남들이 그러더라는 것이었죠. ‘그러면 그렇지!’ 어찌 세상이 그 모양일 수가! 그런데 도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는 거죠. 아!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군요.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군요. 왜 그럴까? 그렇게 힘들었나 봅니다. 곤혹감에 숨고 싶고, 삶에 지쳐 쉬고 싶었던 거죠.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고, 수많은 잘못들을 되돌리고 싶었던 것이군요.     


그렇게 하세요. 두려우면 눈을 감고 푸른 하늘 아래 숨어 계세요. 힘들면 들판의 이름 모를 풀 옆에 누우세요. 잘못은 이제 저지르지 않으면 되지요. 누가 뭐라고 하면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 진심으로 말하세요. 당신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사람을 사랑하세요. 그렇게 살아가세요. 두려울 것도, 힘들 것도, 외로울 것도, 애태울 것도 없어요. 우리는 그저 살도록 태어난 것이니까요.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이 멈출 것임을 깨닫는 한, 우리의 마음을 따라 자유로이 살지 못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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