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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28. 2021

이제는 더러더러 흘리고 살자

하영순, '한바탕 웃음으로'

한바탕 웃음으로

           하영순     


이제는 더러더러 흘리고 살자

손가락 사이사이

세숫물 새어 나듯     


고왔던 추억도

쓰라린 설음도

이제는 더러더러 흘리고 살자     


여름날 낙수에

막혔던 찌꺼기 내려가듯

이제는 더러더러 흘리고 살자     


재빠른 발걸음도

빈틈없는 리듬도 반박자만 낮추고

이제는 더러더러 흘리고 살자     


With a Bout of Laughter

                  by Ha, Young-soon    


Let something flow away sometimes

Like water

Slipped through our fingers.    


Let our memories,

Sweet and bitter,

Flow away sometimes.     


Let something flow away sometimes

Like clogged wastes washed down clear

By the summer showers.     


With quick steps

And fast rhythms taken a little slower

Let something flow away sometimes.     


맑고 투명한 햇살이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옵니다. 봄비로 더 푸르러진 나뭇잎 틈새를 거쳐 긴 여행 끝에 내게 안깁니다. 간밤의 상념들이 꿈인지 현실인지... 저만치 들려오는 새소리만이 내게 주어진 오늘이겠죠.


시간은 하루하루 적히는 통장의 잔고 같은 것이라니 은행 문 닫히기 전에 빨리 꺼내 써야겠어요. 내일로 이월되지 않는답니다! 전화기의 무음을 풀어놓으니 ‘카톡’ 소리. 오! 벌써 친구들이 소식을 전하네요. 가끔 한 새벽에 꿈결처럼 적힌 친구의 고백도 있군요. 그도 지금쯤은 깨어서 저 햇살을 보고 있겠지요. 아직 꿈을 꾸고 있으려나? 길지 않을 오늘 한바탕 웃음으로 시작하렵니다. 어제의 찌꺼기들을 찬물의 샤워로 흘려보내야겠어요.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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