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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29. 2021

월요일 아침 나는 우울하다

박노해, '월요일 아침'

월요일 아침

            박노해     


월요일 아침이면 나는 우울하다

찌뿌둥한 몸뚱이 무거웁고

축축한 내 영혼 몹시 아프다

산다는 것이 허망해지는 날

일터와 거리와 이 거대한 도시가

낯선 두려움으로 덮쳐 누르는 날

월요일 아침이면 나는 병을 앓는다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로 나를 일으키는

먹고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엄중함

나는 무거운 몸을 어기적거리며

한 컵의 냉수를 빈속에 흘러 보낸다

푸르름 녹슬어가도록 아직 맛보지 못한

상쾌한 아침, 생기 찬 의욕, 울컥이면서

우울한 월요일 아침 나는 또다시

생존 행진곡에 몸을 던져 놓는다    


Monday Morning

            by Park, No-hae     


On Monday morning I feel blue.

My strained body is heavy

And my damp soul aches all over.

The day I see my life in vain

The day when my work place, streets and this giant city

Heavily weigh upon me as a strange fear,

On Monday morning, I am sick.

The seriousness of earning a living

Always Wakes me up like a sharp alarm.

Struggling to raise up my heavy body,

I have a cup of cold water running through my empty stomach.

Never have I tasted throughout my entire green days

Fresh morning and lively desire.

Discouraged, on this blue Monday morning,

I throw myself again in the march of survival.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휴일의 편안함과 한가로움이 채 사라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휴일의 유희가 아직 몸속에 남아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을 반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금 일어나 일터로 향하는 걸음마다 늘 보던 거리와 도시의 건물들이 왜 낯설고 무서운 느낌일까요.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새삼 산다는 것의 허무함을 느끼는 것도 새로운 일상의 반복이 달갑지 않은 까닭입니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은 우울합니다. 온몸에 새로운 긴장감을 더하고 덜 깬 듯 부스스한 얼굴로 전철을 타야 합니다. 그렇게 복잡한 거리를 지나 일터에 도착할 무렵에는 다시 팔다리를 늘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우울한 월요일이지만 다시 주말이 올 것을 알고 있지요. 이제 이틀 후면 일주일의 중간, 그리고 주말을 향한 내리막 길. 그렇게 한 주를 시작합니다. 일상의 반복에서 오는 권태, 기계적인 삶, 다중 속에서의 외로움, 시간에 의해 파괴되는 모든 것... 이게 카뮈가 얘기하는 부조리의 원인들이죠? 푸르름이 녹슬도록 아직 맛보지 못한 상쾌한 아침이라고요? 아 이거 월요일 아침부터 너무 기운 빠지는 얘기만 하나요? 자, 시작해봅시다. 코로나로 문 밖 출입도 못하는 사람들 생각해서라도 기운들 내시고 이번 주는 어찌 루틴을 한 번 깨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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