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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05. 2021

봄을 맞으며, 보내며...

정호승, '꽃을 보려면'

꽃을 보려면

          정호승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To See a Flower

          Chung, Ho-seung     


To see a flower

Hidden in a seed 

Just calmly wait for the snow to melt away.     


To see a leaf 

Hidden in a seed 

Wait for the bosom of the earth to get warm.     


To meet Mother

Hidden in a seed

Go out to the field to become spring first.     


To see a flower 

Hidden in a seed

Put away your sword never thrown away all life.     


아름다운 색색의 봄꽃이 지천입니다. 경포 호숫가에 흐드러진 벚꽃 나무 사이를 지나며 이 찬란한 봄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사천 바닷가를 향해 보드워크를 걷자니 살며시 불어오는 봄바람에 애꿎은 마음만 설레고 맙니다. 그리고 정호승 시인의 시 한 소절을 떠올립니다. 


꽃을 보려면, 잎을 보려면, 먼저 가신 어머니를 만나려면... 잔설은 이미 대관령 저 너머에 보이는 백설로만 남았고, 얼었던 검은흙에 붉은빛이 도는데 무엇으로 오는 봄을 막을 수 있을까요? 어머니는 봄을 다 보내고 가셨죠. 초여름 어느 날 그렇게 갑자기 떠나신 그 분과 왜 살아생전 봄꽃 한 번 같이 보질 못했을까요. 그래서 봄 담은 저 들녘에 나가 어머니의 봄을 다시 그려봅니다. 그리고 마음에 품은 미움과 후회는 이제 다 봄처럼 녹여버릴 뿐입니다. 잠시 비 내리고, 시샘하는 찬 서리 내릴지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이 봄을 맞으려 합니다. 그리고 다시 봄을 보내면 또 다른 봄을 그리워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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