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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07. 2021

내게 사람이 온다는 것은...

정현종, '방문객'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낼 수 있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A Visitor

      by Chung Hyun-jong     


That a man comes

Really means something great.     


He comes with

His past,

Present

And

Future,

His whole life.     


And his mind

Fragile or

Perhaps already broken.      


The wind   

May grasp something inside the mind.

If my mind could emulate that wind,

He will surely be welcomed.        


누군가가 내게 온다는 것은 진정 엄청난 일이죠. 나의 가족으로, 친구로, 동료로, 그리고 스치는 작은 인연으로 내 앞에 나타난 그들은 진정 소중한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가슴 깊이 안아야 합니다. 오늘의 드러난 모습만이 아니고 그가 겪은 세월과 겪어내야 할 앞날까지 모두 끌어안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랑입니다. “변할 구실이 생겨 변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에 나오는 표현이지요. 그래야 합니다. 내게 온 사람은 그만큼 귀중한 사람입니다. 그의 상처와 고통을 고스란히 함께 느껴야 합니다. 왜냐면 그의 모든 삶이 나의 삶과 엮어지기 때문입니다.     


날개 꺾인 새처럼 가여운 마음으로 내게 왔을 수도 있습니다. 우린 모두 상처 입기 쉬운 영혼이니까요. 그가 내게 온다는 것은 내가 그에게 갈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게 우리는 서로 오고 가며 부딪혀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의 연약한 마음은 스쳐가는 바람만이 알 수 있을지 모릅니다. 내 작은 가슴의 생각들을 나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러니 나 바람 되어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그를 진정 따뜻하게 환영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그도 나를 반갑게 안아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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