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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08. 2021

미운 것을 미워하는 사람

나태주,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태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슬퍼할 일을 마땅히 슬퍼하고

괴로워할 일을 마땅히 괴로워하는 사람.     


남의 앞에 섰을 때

교만하지 않고

남의 뒤에 섰을 때

비굴하지 않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미워할 것을 마땅히 미워하고

사랑할 것을 마땅히 사랑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     


A Man Whom I Like

             by Na, Tae-joo     


A man whom I like

Is somebody who feels sad in sorrow

And worried in trouble.    


He, who shall never be arrogant

When he stands before others.

He, who shall never be subservient

When he follows.     


A man whom I like

Is somebody

Who hates something hateful

And loves something lovable.      


슬플 때 슬퍼하고 걱정스러울 때 걱정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죠. 그것이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출이니까요. 그런데 시인은 특별할 것 없는 그런 사람이 좋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금은 공감이 됩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슬퍼도 슬퍼하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도 그것을 내색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떨지요.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생각한다면 시인의 표현에 왠지 반발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인이 그것을 몰랐을까요? 시 속의 역설은 긴장감을 일으키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시인 자신입니다. 나태주 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사는 우리의 삶을 아파하고 있는 것이겠죠. 자만에 빠지지 않고, 비굴하게 살고 싶지 않은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일 겁니다. 흰 것을 희다고 못하고 검은 것을 검다고 말하지 못하는 삶은 너무 답답합니다. 그래서 미운 것을 미워하고 사랑스러운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도 꼭 지니고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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