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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16. 2021

어머니의 못

정일근

어머니의 못 

          정일근     


교회에 다니는 작은 이모는 

예수가 사람의 죄를 대신해 

못 박혀 죽었다는 그 대목에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흐느낀다     

어머니에게 전도하러 왔다가 

언니는 사람들을 위해 

못 박혀 죽을 수 있나, 며 

함께 교회에 나가 회개하자, 며 

어머니의 못 박힌 손을 잡는다     

어머니가 못 박혀 살고 있는지 

작은 이모는 아직 모른다 

시를 쓴다며 벌써 여러 해 

직장도 없이 놀고 있는 나는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작은 못이며 

툭하면 머리가 아파 자리에 눕는 나는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큰 못이다     

그렇다, 어머니의 마음속에 

나는 삐뚤어진 마루판 한 짝이어서 

그 마루판 반듯하게 만들려고 

삐걱 소리 나지 않게 하려고 

어머니는 스스로 못을 치셨다     

그 못 들 어머니에게 박혀 있으니 

칠순 가까운 나이에도 식당일 하시는 

어머니의 손에도 그 못 박혀 있고 

시장 바닥으로 하루 종일 종종걸음 치는 

어머니의 발바닥에도 그 못 박혀 있다 

못 박혀 골고다 언덕 오르는 예수처럼 

어머니 못 박혀 살고 있다 

평생을 자식이라는 못에 박혀 

우리 어머니 피 흘리며 살고 있다     


Nails in Mom 

          by Chung, Il-keun     


My aunt, a church-goer, 

Impatiently weeps,

Saying Jesus was crucified

For men’s redemption    

She comes to preach her elder sister

And asks, 

Can you be nailed to death for men?

Come with me to church to repent. 

Then she took mom by the horny hand.     

My aunt never knows 

Mom has already been crucified.

Still having been out of work

For several years to be a poet, 

I am a nail driven to her heart.

Being in bed with frequent headaches

I am a big spike stuck in mom’s breast.     

Yes, to her mind,

I am a skewed plank on the floor.

To get it even  

Without a creak

She hammered a nail to herself.     

Those nails still stuck all over mom’s body;

Doing drudgery at a dining hall, close to seventy.

She has her hands callous, 

Still beetling around the market place 

She has her feet hardened. 

She is crucified 

As Jesus going up the Hill of Golgotha.

All her life she is bleeding 

With the nails of children.     


부모에게 자식은 생명입니다. 그들로 인해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나 자신보다 더 귀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갓난아이가 열이라도 나면 담요에 싸서,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어두운 표정으로 학교에서 돌아오면 친구들에게 따돌림이라도 당했나, 선생님께 꾸중 들었나, 묻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연애를 해도, 결혼을 해도 왜 그리 눈에 밟히고 가슴이 에려오는 걸까요. 부모에게 자식은 그렇게 늘 아픈 존재이죠. 자식의 성공은 자신의 성공보다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자식의 아픔은 몇 배의 고통으로, 자식의 고통은 죽음과 같은 절망으로, 우리를 짓누르기도 합니다. 자식들도 성장하면서 부모의 그런 마음을 헤아리게 되죠. 결국 자신들도 부모가 되어 있으니까요.     


어머니라는 말은 언제나 아련한 그리움과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끼게 합니다. 왜 그 시절은 그렇게 가난했을까요? 왜 어머니들은 그렇게 많은 날들을 홀로 눈물 흘리셨을까요? 돌이켜보면 너무도 젊었던 어머니들은 자식들 덕분에 그 청춘을 언제나 어른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혹시 엄한 남편에게 자식들이 혼쭐이라도 날까 철없는 자식들의 어리석고 못난 행동들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분들이 우리의 어머니들이십니다. 그렇게 얼굴에 주름이 늘고, 손발이 거칠어져도 어느새 장성한 자식들을 올려다보며 홀로 대견해하시던 어머니셨습니다. 이제 그분들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키워놓은 자식들이 어느새 어머니가 되고 또다시 그들의 자식들은 성장합니다. 세상이 편해지고, 살기가 나아졌어도 어머니의 마음은 여전히 예전과 같을 겁니다. 가끔 그리워지는 어머니의 거친 손과 손마디를 잡아보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구리무(크림) 냄새도 다시 맡아보고 싶습니다. 못나고 못된 자식이지만 언제나 빙그레 웃음으로 바라보시던 그분이 너무 보고 싶은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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