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일심동체라 하죠. 둘이지만 하나인 것. 세상에 그것은 부부밖에 없습니다. 부부가 되는 것은 너무도 소중한 만남이며 인연이죠. 그렇게 남편과 아내로 만나 수 십 년의 세월을 같이하고 자식을 낳아 함께 아파하고, 즐거워하며 키워냈던 시절들... 그 엄청난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진정 둘은 하나입니다.
가족이라는 틀 속에서 두 사람은 자신들의 역할을 합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바뀔 수 없는 진리는 남편은 남편다워야 하고 아내는 아내다워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답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합당하게 기대하는 것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것이죠. 그것이 부족하면 실망도 하고, 원망도 하지만 살아가면서 두 사람은 자신의 역할을 조금씩 깨달아갑니다. 그래서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부부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습니다. 늙어가는 것이 서럽지 않습니다. 둘이 함께 늙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슬픔 속에서도 다음 생에 다시 만날 것을 믿는 것이죠.
부부는 그래야 합니다. 이상적인 부부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재산이 뭐 그리 중요한 일이겠습니까? 콩나물밥을 만들어 간장에 비벼먹어도 세상 어떤 음식보다도 귀할 겁니다. 사랑으로 올려진 밥상일 테니까요. 평생을 애인처럼, 친구처럼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꾸짖으며 살아온 세월은 축복입니다. 위의 시는 그러한 축복에 대한 애절한 염원이죠.
올 해로 제가 결혼한 지 40년이 되었습니다. 뒤돌아보면 후회와 자책만 가득합니다. 우리는 충분히 하나이지 못했고, 나는 아내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었지요. 내 사랑의 가치는 아내의 실망이고, 눈물이었어요. 세월이 흐르니 젊은 시절 좀 더 잘 살아볼 걸 하고 후회가 많이 됩니다. 하지만 후회는 늘 한 발 늦게 오지요. 발자크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남편의 마음속에는 한 사람의 남자만이 있을 뿐이지만, 아내의 마음에는 한 사람의 남자, 한 사람의 아버지, 한 사람의 어머니, 그리고 다시 한 사람의 여인이 있다.” 제가 꼭 그렇습니다. 제 속에는 저라는 남자밖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마음에 있던 많은 존재들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이제 속죄하기는 너무 늦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