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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17. 2021

4월의한가운데에서

박목월, '4월의 노래'  

4월의 노래

          박목월     


목련꽃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목련꽃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An April Song

             by Park, Mok-wol     


Under the shade of a magnolia

I read the letter from Werther.

On the cloud-blossom hill

I play a pipe.

Ah, far away from home

I embark in a boat at an unknown harbor.     


Under the shade of a magnolia

I write a letter with a long story

On the clover-blossom hill

I am whistling.

Ah, far away from home

I look up at the stars under the tree in a deep valley.     


When April comes again,

I hold up the lamp of life.

The season for my shining dream

The season for my tearful rainbows.       


사월은 더없이 아름다운 계절 속에 있습니다. 왜 엘리엇이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언 땅에서 피워낸 라일락의 향기가 그리운 기억을 캐내고, 그 기억을 내 속의 욕망과 뒤섞어, 흙 속의 뿌리마저 뒤흔드는 봄비 맞으며 홀로 걷습니다. 젊은 날의 낭만과 번민, 아련한 그리움을 뒤로하고 그저 마냥 걷습니다. 잔인한 사월은 그리움과 함께 내 뒤를 쫓으며 소리칩니다.    


“사월이 오면, 사월이 오면은  

향기로운 라일락이 우거지리

회백색 우울을 걷어버리고

가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저 라일락 아래로 라일락 아래로 “

(노천명, ‘사월이 오면’ 중에서)      


When April comes, April comes,

Sweet lilacs grow dense.

Getting out of ashy blues

My love, come with me at once

There down the lilacs, thick lilacs.     

(From 'When April comes' by Noh, Chun-m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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