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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20. 2021

'친절은 무료'

로버트 윌리엄 서비스, '동정심'

한 가난한 의대생이 있었습니다. 학업의 부담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학비와 생계비를 벌기 위해 수업이 끝나면 이곳 저것 물건을 팔러 다녀야 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한 마을에 접어들었습니다. 길가에 작은 식당이 하나 있었죠. 하지만 그의 호주머니에는 동전 몇 개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어딘가에서 먹을 것을 조금 얻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발견한 집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나온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는 차마 음식을 구걸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그녀에게 물 한 잔을 청했죠. 그녀는 문 앞에 선 젊은이를 본 순간, 그가 몹시 굶주린 상태임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물 대신 커다란 유리잔에 우유를 가득 따라 그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신선한 우유를 허겁지겁 마시고 난 뒤 그가 말했습니다. “잘 마셨습니다. 우유 값을 드려야 할 텐데...” 그러자 그 여성이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대답했습니다. “배가 많이 고프신 것 같아서... 어머니께서 친절은 무료라고 하셨거든요.”    


여러 해 뒤 그 고학생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유능한 의사가 되어 큰 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죠. 그 아름다웠던 젊은 여성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마을 병원에서는 도시의 큰 병원으로 가볼 것을 권유했고 그 여성은 바로 그가 일하는 병원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가 그녀의 주치의가 되었던 것이죠. 그녀의 신상카드를 보던 그는 예전의 그 마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병상에 누운 그녀를 본 순간 바로 그 무료의 친절을 베풀었던 여성임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는 최선을 다했죠. 매일 그녀의 상태를 체크하고 정성으로 그녀를 보살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마음은 보상을 받았습니다. 그녀가 병에서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이죠. 마침내 퇴원일이 되자 그녀는 병이 치유된 기쁨보다는 엄청난 병원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평생 병원비를 갚아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그런 그녀 앞에 진료비 계산서가 도착했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죠.     


‘우유 한잔으로 진료비 완납.’    


친절은 무료지만 그것은 언젠가 엄청난 보상으로 되갚아 질지 모릅니다. 보답을 바라지 않는 친절은 그것을 받은 사람의 마음에 아름다운 기억을 남기고, 사람에 대한 사랑, 세상에 대한 믿음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무료 친절’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세요. 당신의 마음도 그만큼 풍요롭고 행복할 테니까요.           


동정심 

    로버트 윌리엄 서비스(1874~1958)     


거리에서 한 걸인을 보았소. 

그는 흙처럼 차가운 

손을 마치 집게발 모양으로 내밀고 있었지. 

그에게 줄 은화가 내게 없었다오.

그래서 외투를 여미고 

돌아섰지요.      


그때 한 아낙을 보았소.  

지친 다라를 끌고 

힘든 삶의 무게에 짓눌린 여인이었지. 

그녀는 지갑에서 동전 한 닢을 꺼내

다정한 동정의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건넸소.     


잠시 후 나는 한 남루한 아주머니를 보았소.

그녀는 굶주린 듯 날아온 

여섯 마리의 참새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지. 

가난하고 나약하고 늙었지만 

그녀는 먹다 남은 빵 껍질 부스러기를 

순수한 기쁨 속에서 

새들에게 먹이고 있었소.     


갑자기 내 마음속에

번지르르한 내 모습에 대해 거친 경멸감과

속죄하고픈 충동이 끓어올랐소.

그래서 눈에 띈 굶주린 들개 한 마리의 

피 흘리는 발에 붕대를 감아주고 

뼈다귀 하나를 던져주었지.          


베푸는 것은 좋은 일이요. 

우리 모두 언제까지 살 수는 없으니 

할 수 있다면

하루에 한 가지씩 친절한 일을 합시다. 

새든, 짐승이든, 사람이든 

어려움에 처한 그들에게 손을 내밉시다.      


Compassion 

        by Robert William Service    


A beggar in the street I saw, 

Who held a hand like withered claw, 

As cold as clay; 

But as I had no silver groat 

To give, I buttoned up my coat 

And turned away.     


And then I watched a working wife 

Who bore the bitter load of life 

With lagging limb; 

A penny from her purse she took, 

And with sweet pity in her look 

Gave it to him.    


Anon I spied a shabby dame 

Who fed six sparrows as they came 

In famished flight; 

She was so poor and frail and old, 

Yet crumbs of her last crust she doled 

With pure delight.     


Then sudden in my heart was born 

For my sleek self a savage scorn,-- 

Urge to atone; 

So when a starving cur I saw 

I bandaged up its bleeding paw 

And bought a bone.     


For God knows it is good to give; 

We may not have so long to live, 

So if we can, 

Let's do each day a kindly deed, 

And stretch a hand to those in need, 

Bird, beast or man.     


* 로버트 윌리엄 서비스는 영국 태생의 캐나다 시인이다. '얼어붙은 북극'(frozen North)의 모습을 담은 ‘댄 맥그루의 사냥’(The Shooting of Dan McGrew〉이라는 시로 '캐나다의 키플링'이라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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