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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26. 2021

결국 나는 섬이 되었다

이생진, '외로울 때'

외로울 때

        이생진


이 세상 모두 섬인 것을

천만이 모여 살아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욕심에서

질투에서    


시기에서

폭력에서


멀어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떠있는 섬


이럴 때 천만이 모여 살아도

천만이 모두 혼자인 것을    


어찌 물에 뜬 솔밭만이 섬이냐

나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When I am lonely

         by Lee Saeng-jin     


Everything in this world is an island.

Living with millions of people,

I am an island if I am lonely.      


Out of greed,

And jealousy,     


Out of envy,

And violence,     


I left them all, only to be

A floating island in spite of myself.       


Then, millions of people living together,

Are all alone.     


How can only a pine grove on water be an island?

When lonely, I am an island, too.      


섬이 된 느낌이다. 그 수많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어디에서 나처럼 섬 되어 늙어갈까?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흘러간 세월, 가버린 사람들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돌이켜보니 모두가 다정했던 사람들. 그들과 멀어진 것은 모두 내 탓이었다. 내 속의 못난 내가 그들을 멀리하고 난 그만 섬이 되었다. 마치 동면하는 짐승처럼 방구석에 웅크렸던 시간들을 깨고 봄 철 밝은 햇살 안으로 나선다. 어느새 나무가 저렇듯 초록을 회복했을까? 개울의 재잘대는 이야기 소리가 정겹다. 발걸음을 옮기다 문득 하늘을 바라본다. 너무 외롭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느낌은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삶을 살았는가를 알려줄 뿐이다. 세상의 소음 속에 나를 던지고 주변을 살필 새도 없이 하루하루 그림자 같은 타인들과 어울리는 사이 나는 나 자신을 물 위에 흐르는 섬으로 만들고야 말았다. 어느 날 눈 뜨고 보니 그 섬에는 작은 동물 하나 남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고 기다렸던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나의 외로움은 내 책임이다.     


시인은 맨 마지막 연에 가서야 ‘나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이라고 말한다. 그저 남의 얘기하듯 사람들과 섬과 사람들의 못난 생각과 멀어짐 그리고 어느 순간 남겨진 섬 하나를 나열하다가 끝내 그 모든 이야기의 주어가 자신임을 밝히고 있다. 나는 이제 시인의 외로움을 이해한다. 유난히 긴 외로움의 시간을 지내오면서, 또 얼마의 시간을 지내야 할지 모른 채 내일을 맞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속에 외로움이 퇴적물처럼 쌓여간다. 이제 다시 그때의 무심함을 되찾을 수 있을까? Never! 물은 이미 흘러갔고, 나의 길은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 다시 그들을 만나더라도 어색할 것 같다. 진정 표류하는 섬이 된 것 같다. 그러니 이제 홀로 견뎌야 한다. 나만의 상상 속에서 이 섬을 가꾸어야 한다. 작은 동물 대신에 나의 추억을 풀어놓고 푸른 초목 자리에는 나의 남은 희망을 심으려 한다. 마음속 외로움은 굳이 버릴 일은 아니다. 그나마 이 한 몸 뉘일 섬마저 사라질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제 소리의 그림자와 사람의 서성거림 대신 사랑하는 사람만을 새로 가꾼 섬에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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