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작은 돌은 얼마나 행복할까
에밀리 디킨슨
홀로 길 위를 구르는
저 작은 돌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일 걱정하지 않고
위기에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
지나던 우주가 입혀놓은
자연의 갈색 외투를 걸친 채,
함께 어울리면서도 홀로 타오르는
저 태양처럼 자유로이,
무심한 소박함으로
절대의 명령을 따르고 있죠 –
How happy is the little Stone
by Emily Dickinson
How happy is the little Stone
That rambles in the Road alone,
And doesn’t care about Careers
And Exigencies never fears —
Whose Coat of elemental Brown
A passing Universe put on,
And independent as the Sun
Associates or glows alone,
Fulfilling absolute Decree
In casual simplicity —
돌
임보
사람들은
젖은 손으로
굳은 대지를 긁고
나무들은
여린 가지로
빈 하늘을 흔든다.
그러나
돌은
그 숨은 영혼으로
모든 허무를 품어
가장
무겁고 긴
시(詩)를 쓴다.
A Stone
by Yim, Bo
People
Rake the Hard Earth
With their wet hands.
Trees
Shake the empty sky
With their young branches
A stone,
However,
Embraces all emptiness
With its hidden soul
And writes
the heaviest and longest
Poem.
“모래 할 알갱이에서 세상을,
들꽃 한 송이 안에서 천국을 보려면
그대의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한 순간에 영원을 담으라. “
영국 낭만주의 시대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구입니다. 자연 속의 가장 하찮은 것들을 거대한 우주와 동일화하는 낭만주의자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보여줍니다.
에밀리 디킨슨은 길가를 구르는 돌멩이 하나에서 신의 섭리를 봅니다. 세상의 일과는 무관하게 홀로 구르면서도 우주의 빛깔로 단장하고 자연 속의 모든 것과 어울립니다. 타오르는 태양이 세상을 밝히듯이 그 작은 돌멩이는 단아한 소박함으로 신이 부여한 자신만의 소명을 다하고 있죠.
임호 시인은 길가의 작은 돌 하나가 모든 허무를 품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젖은 손으로 땅을 가는 농부처럼, 하늘을 향해 가지를 흔드는 나무처럼, 돌은 자연의 일부로 시인과 하나가 됩니다. 그리고 길고 엄중한 삶의 시를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자신만의 가치와 역할을 지니는 자연 그 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