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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07. 2021

바다에게 잊힌 섬

강은교, '바다는 가끔'

바다는 가끔

         강은교    


바다는 가끔 섬을 잊곤 하지

그래서 섬의 바위들은 저렇게 파도를 불러오는 거야

목 놓아 목 놓아 우는 거야

목 놓아 목 놓아

제 살을 찢는 거야    


The Sea Often...

               Kang, Eun-kyo 


The sea often forgets an island.

That is why the rocks in the island thus call in the waves. 

So bitterly it weeps 

So bitterly, so bitterly 

It tears off its flesh.     


거대한 것은 작은 것을 잊습니다. 위대한 것은 사소한 것을 잊습니다. 높은 것은 낮은 것을 잊고, 깊은 것은 얕은 것을, 빠른 것은 느린 것을 잊습니다. 잊어버립니다. 검푸른 바다 밑 저 아래 뿌리를 둔 섬 이건만 물결은 너무 쉽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스쳐 흘러갑니다. 그렇게 홀로 버려둡니다. 바다에 잊힌 섬은 통곡합니다. 바다를 부르고 부르다 그 끝에 매달린 파도를 가슴 깊이 받아들입니다. 껄끄러운 모래밭을 적시며 다가온 파도에 지쳐 섬은 울고 또 웁니다. 그리고 제 살을 깎는 고통에 몸부림칩니다.    


사랑받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잊습니다. 환희에 들뜬 사람은 절망에 빠진 사람을 잊습니다. 친구들로 둘러싸인 사람들은 홀로 남겨진 사람을 잊습니다. 모두 다 얻은 사람은 모두를 잃은 사람을, 높이 올라간 사람은 바닥에 엎드린 사람을 알지 못합니다. 두려움 없는 사람은 겁에 질린 이를 비웃듯 지나칩니다. 잊히고, 버려진 사람은 섬이 됩니다. 그리하여 흘러 지나간 세월을 부르고 또 부릅니다. 아득한 기억만이 그의 메마른 가슴에 남겨질 때, 그는 외로움에 몸부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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