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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18. 2021

소크라테스의 3중 필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현자(賢者)로 명성이 높았습니다. 어느 날 그의 지인 한 사람이 찾아와 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선생, 방금 내가 선생의 친구에 대해 얘기를 들었어요. 뭔고 하니...”     


무언가를 말하려던 그에게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외쳤습니다.     


“잠깐만. 내게 말하기 전에 몇 가지 테스트를 거쳐야 해요. 난 그걸 3중 필터라 부르죠.”    

“3중 필터요?”     

“그렇습니다. 말하기 전에 잠시 시간을 내어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필터로 걸러내 보자는 거죠.” 

“세 번이나요?”     

“그래요. 첫 째는 진실의 필터예요. 지금 내게 말하려는 것이 완전히 진실인가요?”     

“글쎄요. 사실 난 그저 누가 하는 소리를 듣고...”     

“좋아요. 그러니까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모른다는 거죠? 자, 이제 두 번째는 선(善)의 필터예요. 당신이 하려는 말이 내 친구에 대한 좋은 얘기인가요?”     

“아뇨, 그 반대예요.”     

“그렇다면 지금 내게 말하려는 것이 그에 관한 나쁜 얘기이고 당신은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른다는 말이군요.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 필터가 남았어요. 유용성의 필터라는 것이죠. 당신이 말하려는 내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내게 유익한 것인가요?”     

“아뇨. 꼭 그렇지는 않겠죠.”     


소크라테스가 결론적으로 말했습니다.     

“오, 내게 말하려는 것이 진실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고, 유익하지도 않다면, 그런 얘기를 왜 내게 하려는 건가요?”     


우리는 남의 말을 너무 쉽게 합니다. 어떤 이는 그저 주워들은 말을 짐짓 사실인양, 어떨 때는 들은 것보다도 훨씬 과장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진실을 왜곡하기도 합니다. 굳이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혹은 거짓된 비방으로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것도 아니면서 말입니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남을 헐뜯는 이야기를 그렇듯 즐기는 것일까요? 참으로 좋지 않은 습관이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그렇듯 근거 없는 비방은 당하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가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처구니없는 소문이 사람들 사이에 무섭게 퍼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번 번져버린 악담은 도저히 다시 거둬들이기가 어려운 법입니다. 특히 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에게 고자질하듯 속삭이는 이야기는 비열하기 짝이 없습니다. 상대가 그것을 부정하거나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우리의 귀는 남을 욕하는 말에 더 예민하고, 우리의 마음은 그것을 진실이라 믿기가 쉬우니 말입니다.     


요즈음은 이른바 SNS나 다른 매체를 통해 일방적인 주장이나 험담이 짧은 시간 안에 거의 모든 사람에게 퍼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것을 짐짓 즐기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생각을 오염시키고 무고한 이들을 고통에 빠뜨립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나?” 일단 소문이 퍼지고, 그것을 들은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진실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못합니다. 그저 그는 그런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고 마는 것이죠. 얼마나 야비하고 잔인한 짓인지 모릅니다.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자해를 하거나 마음의 병을 얻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것은 폭력이고, 저주이고, 비겁한 모략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삼중 필터는 고대의 교훈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의 우리를 돌아보는 거울이어야 합니다. 거짓되고 악하고 무용한 말들이 넘쳐흐르는 세상은 지옥일 뿐입니다. 마크 트웨인은 사람들의 그런 심성을 비꼬아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진정으로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데는 당신의 적뿐 아니라 당신의 친구도 필요하지요. 적은 당신을 비방하고 친구는 그 얘기를 당신에게 전해주니까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보다 그것을 전하는 사람이 더 나쁠 수도 있는 겁니다. 더구나 마치 남의 말을 전하는 것처럼 하고 자신의 말까지 덧붙여 떠들어대는 사람은 친구도 적도 아닌 천박한 야바위꾼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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